사진 찍는 눈빛 63. 사진으로 읽는 문학



  문학을 가만히 그립니다.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로 엮어 말로 담을 때에 문학이라고 합니다.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로 엮어 그림으로 그리면 그림(또는 미술)이 되고,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로 엮어 사진으로 보여주면 사진이 됩니다.


  문학은 문학이면서 예술입니다. 그림은 그림이면서 예술입니다. 사진은 사진이면서 예술입니다. 그리고, 예술이 되는 문학이나 그림이나 사진은 언제나 삶입니다. 생각과 느낌은 삶에서 피어나거든요. 삶에서 이야기가 샘솟거든요. 우리가 나누는 말은 언제나 삶으로 나눕니다.


  그런데, 사진읽기를 하는 이들 가운데 ‘사진비평’을 한다고 하면서, 생각과 느낌을 읽기보다는 이론과 사조를 살피면서 이런 이론과 사조로 사진을 재거나 따지는 일이 잦습니다. 문학읽기에서도 이와 엇비슷합니다. ‘문학비평’을 한다고 하면서, 정작 생각과 느낌을 읽지 않고 이론과 사조에 따라 문학을 재거나 따지는 일이 잦아요.


  이론과 사조로 사진을 재거나 따지는 일은 ‘비평’이 될 수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비평이란 이론과 사조로 사진을 갈기갈기 찢는 일일는지 모릅니다. 문학비평이 이제껏 했듯이 말이지요.


  사람들은 문학비평 때문에 문학을 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문학에서 생각과 느낌을 읽고 이야기를 누리려고 합니다. 사진은 어떠한가요? 사진을 읽으면서 이론과 사조를 알아야 할까요? 사진을 읽을 적에 은유와 비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까요? 소재는 무엇이고 주제는 무엇이다, 하고 시험문제에서 다루듯이 사진이나 문학이나 그림을 재거나 따져야 할까요?


  오늘날 사진비평은 문학비평처럼 자꾸 엇나갑니다. 여느 사람들이 아무도 안 쓰는 딱딱하고 어려운 일본 한자말과 서양말을 뒤섞어서 울타리를 쌓습니다.


  사진을 읽는 까닭은 논문을 쓰거나 예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삶을 한결 아름답게 가꾸는 즐거움을 누리려고 사진을 읽습니다. 사진을 읽은 뒤에 ‘사진이야기’를 쓴다고 한다면, 사진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 얼마나 즐거웠고 사진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이 얼마나 자랐으며 사진을 읽고 나서 내 삶을 스스로 어떻게 가꾸는가 하는 기쁨을 노래한다는 뜻입니다. ‘어느 사진가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이나 ‘어느 사진가 한 사람이 꾀한 표현기법’을 따지는 일은 ‘사진이야기’도 ‘사진비평’도 될 수 없습니다.


  사진으로 문학을 읽습니다. 문학으로 사진을 읽습니다. 비평이라는 틀이나 잣대가 아닌, 내 삶과 네 이야기라는 즐거움으로 사진을 문학으로 읽고 문학을 사진으로 읽습니다. 사진 한 장에 깃든 숨결을 읽으면서 우리가 누리는 삶을 읽습니다. 사진 한 장을 찍는 손길을 읽으면서 우리가 가꾸면서 사랑할 삶을 읽습니다. 4347.10.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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