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310) 녹색의 1


알파벳 다음에는 녹색의 둥그런 구리 광석 조각, 터키석, 작은 금덩어리를 꿰었습니다

《러드야드 키플링/정회성 옮김-먼 옛날 와가이 강가에서 생긴 일》(서강출판사,2008) 89쪽


 녹색의 둥그런 구리 광석 조각

→ 푸르고 둥그런 구리조각

→ 푸른빛이 도는 둥그런 구리조각

→ 풀빛이 감도는 둥그런 구리조각

 …



  정부에서는 지난 2003년에 ‘녹색’은 일본 빛이름이니, 이 낱말은 써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면서 ‘초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빛이름은 ‘풀빛’이니, ‘녹색’이나 ‘초록’이나  둘 모두 털어내어야 할 터입니다. 정부에서는 ‘초록’은 못 털고 ‘녹색’ 하나만 털었습니다. 그래도 이만큼 털어낸 모습은 반갑다고 해야 하겠지요. 한 걸음도 아닌 반 걸음이지만, 이 반 걸음이나마 차근차근 걸어갈 수 있으면 됩니다.


 짙은 녹색 → 짙은 풀빛 . 짙푸른 빛

 녹색 물감으로 → 풀빛 물감으로 . 푸른 물감으로

 녹색이 곱다 → 풀빛이 곱다 . 푸른 빛이 곱다


  정부에서 빛이름 표준을 고친 뒤 여러 해가 지나도록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올림말은 안 바뀌었습니다. 열 해 가까이 지나서야 비로소 ‘녹색’이라는 일본 한자말을 ‘초록’이라는 중국 한자말로 고쳐서 쓰라고 밝힙니다. 그러면, 여느 사람들은 어떠한가요? 우리들은 빛이름을 가리키면서 한국말로 옳고 바르게 가리킬 줄 아는가요?


 푸른 혁명 . 풀빛 혁명 (o)

 녹색 혁명 . 초록 혁명 (x)


  이 나라 삶터를 알뜰히 돌보거나 아름다이 가꾸고자 힘쓰는 분들도 ‘녹색’에서 벗어나 ‘푸른’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녹색 정치’가 아닌 ‘푸른 정치’입니다. ‘풀 綠 + 빛 色’으로 된 한자말 ‘녹색’을 쓰는 일에는 거리끼지 않으면서, ‘풀빛 정치’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나 우리 이웃한테나 살갑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건넬 수 없는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풀을 바라보면서 풀빛이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4341.4.15.불/4347.10.1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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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다음에는 푸르고 둥그런 구리조각, 터키돌, 작은 금덩어리를 꿰었습니다


“구리 광석(鑛石) 조각”은 “구리조각”이라고 적어도 됩니다. ‘터키석(Turkey石)’은 ‘터키돌’로 손봅니다.


녹색(綠色) : 파란색과 노란색의 중간 색

   - 짙은 녹색 / 녹색 물감으로 나뭇잎을 색칠하였다 

     나무 모양이 아름답고 잎에 윤이 흘러 녹색이 유난히 곱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25) 녹색의 2


그 바로 아래 펼쳐지는 녹색의 밭. 뒷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꾀꼬리, 개똥지바퀴, 매미의 울음소리

《고히야마 하쿠/양억관 옮김-인생이라는 이름의 여행》(한얼미디어,2006) 170쪽


 녹색의 밭

→ 푸른 밭

→ 푸르디푸른 밭

→ 짙푸른 밭

 …



  골프라는 운동을 즐기는 분들은 ‘녹색’이라는 말도 안 쓰고 ‘그린(green)’이라는 영어만 씁니다. 마치 ‘그린’이라는 서양말이 대단한 “골프 전문 낱말”이라도 되는 듯 잘못 알면서 이런 말을 씁니다.


  ‘녹색’운동을 하고, ‘녹색’혁명을 말하며, ‘녹색’당을 꾸리고, ‘녹색’연합으로 일하는 사람들 또한, ‘녹색’이라고 말해야 비로소 “숲을 아끼거나 사랑하는 매무새”를 담아낸다는 듯 잘못 헤아립니다. 그렇지만, 한국말은 ‘푸름’과 ‘풀빛’입니다.


 풀빛모임 . 푸른모임 . 숲모임 . 숲사랑모임 ← 녹색연합

 풀빛당 . 숲사랑당 ← 녹색당

 숲사랑 정책 ← 녹색 정책


  풀이기에 풀빛입니다. 풀이기에 풀을 보는 아이들은 “이야, 푸르다!” 하고 외칩니다. 잎사귀가 우거진 나무로 가득한 숲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우와, 푸르구나!” 하고 소리칩니다. 푸른 들판이기에 ‘푸른들’이고, 여름날 들판은 푸른 빛깔 물결이기에 ‘푸른물결’이라 말합니다. 그런데, 이 땅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은 무슨 빛깔을 보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요. 4341.8.20.물/4347.10.1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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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로 아래 펼쳐지는 푸른 밭. 뒷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꾀꼬리, 개똥지바퀴, 매미 울음소리


“매미의 울음소리”는 “매미 울음소리”로 고쳐 줍니다. 또는 앞말 흐름을 헤아리면서 “매미 들이 우짖는 소리”로 고쳐 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72) 녹색의 3


여기 아이들은 자고 나면 한 뼘씩 자라는 진한 녹색의 나무들과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따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지천에 널려 있는 자연 속에서 성장한다

《김정화-여행하는 카메라》(샨티,2014) 28쪽


 진한 녹색의 나무들

→ 짙고 푸른 나무들

→ 짙푸른 나무들

→ 짙푸르게 우거진 나무들

 …



  나무가 우거진 곳을 바라보는 요즈음 도시사람은 으레 ‘자연’이라는 낱말을 씁니다. 도시에는 ‘자연’이라 할 것도 곳도 모습도 없으니 이런 낱말을 쓸 만하리라 봅니다. 그러면, 나무가 우거진 ‘자연’은 어떤 곳일까요? 나무가 우거졌으니 나뭇잎 빛깔이 가득하겠지요. 나뭇잎 빛깔은 푸릅니다. 나무가 우거졌으니 숲입니다. 그러니까, 도시사람이 바라보면서 말하는 ‘자연’이란 ‘숲’이요 ‘풀빛(푸름)’입니다.


  한국말은 ‘짙다’이고, 한자말은 ‘진(津)하다’입니다. 한국말은 ‘묽다’나 ‘옅다’이고, 한자말은 ‘연(軟)하다’입니다. 한자말로 말하는 이라면 ‘진녹색’이나 ‘연녹색’ 같은 빛이름을 쓸 텐데, 한국말로 말하는 이라면 ‘짙푸름’이나 ‘옅푸름’ 같은 빛이름을 씁니다.


  이른봄에는 옅푸른 나무요 숲입니다. 늦봄이나 이른여름부터 짙푸른 나무요 숲입니다. 그러면 이른가을이나 늦가을에 노르스름하거나 누르스름하게 바뀌는 잎빛을 바라보면서 ‘옅노랗다’나 ‘짙노랗다’ 같은 낱말을 써 볼 만합니다. 한국말은 빛깔과 소리와 냄새를 모두 알뜰히 담을 수 있으니, 새로운 빛이름을 즐겁게 지을 만해요. 4347.10.1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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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이들은 자고 나면 한 뼘씩 자라는 짙푸른 나무들과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따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둘레에 널린 숲에서 자란다


‘과일(果實)’은 ‘열매’로 다듬습니다. 이 낱말은 안 다듬어도 된다 여길 수 있으나 ‘열매 果 + 열매 實’이라는 얼거리를 살핀다면, 한국말로 ‘열매’라고만 적어도 넉넉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먼 옛날부터 한국말로 ‘열매’라 가리키던 낱말을 한자를 중국에서 받아들인 양반이나 지식인이 ‘果實’이라 글에 적은 셈입니다. “지천(至賤)에 널려 있는”은 “흔하게 널린”이나 “둘레에 널린”이나 “그득그득 널린”으로 손질하고, “자연(自然) 속에서”는 “자연에서”나 “숲에서”로 손질하며, ‘성장(成長)한다’는 ‘자란다’나 ‘큰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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