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한 조각



  인천에서 형이 소포꾸러미를 보냈다. 소포꾸러미를 여니, 컵빵이 넷하고 말린바나나 과자봉지가 있다. 한 사람 몫으로 하나씩 돌아가는 빵이니 모두 네 조각이다. 아이들은 어서 먹자고 부산을 떤다. 나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이들한테 접시를 가져오라고 이른다. 아이들이 접시를 가져온다. 접시에 컵빵을 얹는다. 먼 데 있는 큰아버지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고 말한다. 이러고 나서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참말 사진을 찍을 만한 일이다. 작으면서 멋진 선물을 받은 즐거움을 사진으로 담는다.


  빵 한 조각이란 무엇인가. 한입에 쏙 들어가는 조각이 되겠지. 선물이란 무엇인가. 즐겁게 받는 마음이 되겠지.


  문득 돌아보면, 예전에 책 한 권 선물이 참 흔했다. 예전에 꽤 많은 사람들은 책 한 권을 참으로 흔하게 선물로 주고받았다. 이웃이나 동무가 그 책을 반기거나 좋아할는지 알 수 없지만, 서로 이웃이나 동무로 지내는 사이인 터라 ‘내가 기쁘게 읽은 책’을 한 권 새롭게 사서 선물하곤 했다. 내가 받는 책 선물도 내 이웃이나 동무가 기쁘게 읽은 책이다.


  스스로 맛있게 누린 빵 한 조각을 선물한다. 스스로 즐겁게 누린 어느 한 가지를 선물한다. 그렇지. 아무렴. 형한테서 빵 한 조각을 선물로 받은 뒤, 우리 집 뒤꼍에서 얻는 모과 열매로 ‘모과차’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럭저럭 모은 작은 유리병을 잘 씻어서 헹군 뒤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킨다. 며칠쯤 해바라기를 시킬 생각이다. 곁님 말로는 큰 유리병에 담아서 뒤집어 주면서 삭혀야 한다니, 큰 유리병을 장만해야겠다. 우리한테는 ‘선물할 이웃’이 많으니, 많이 담아서 보내지는 못할 테고, 작은 잼병 하나만큼 담아서 보낼 수 있으리라. 4347.10.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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