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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짜리 집 ㅣ 100층짜리 집 1
이와이 도시오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9년 6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37
한집에서 이웃이 되기
― 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2009.6.25.
일곱 살 큰아이와 그림을 그리던 어느 날입니다. 이모네 집은 왜 이렇게 작느냐고 묻기에, 그러면 이모네 집을 네가 크고 넉넉하게 그려 주렴, 하고 이야기해 줍니다. 이때 일곱 살 큰아이는 석 층짜리 집을 그리고 넉 층짜리 집을 그립니다.
오늘 우리 집은 시골에 있으나, 큰아이는 인천에서 태어났고, 그무렵 우리 집은 옥탑이었어요. 나중에 석 층짜리 벽돌집 가운데 둘째 층으로 옮겨서 살았고, 이모는 경기도 일산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 여덟째 층에서 삽니다. 그러니, 큰아이는 집을 그릴 적에 여러 층으로 그릴 줄 알 테지요.
큰아이가 그린 서너 층짜리 ‘이모네 집’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모와 이모부가 한집에 있고, 한 층에는 책이 있으며, 한 층에는 나무가 자랄 수 있습니다. 넉넉하고 큼직한 집을 누리면, 그 집에 놀러가서 마음껏 뛰놀 수 있으리라 꿈을 꿉니다.
.. 별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도치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도치에게 이런 편지가 왔어요 .. (2쪽)


이와이 도시오 님 그림책 《100층짜리 집》(북뱅크,2009)을 가만히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100층짜리 집을 보면, 열 층마다 새로운 이웃이 나옵니다. 온갖 벌레와 짐승이 100층짜리 집에서 서로 이웃으로 지냅니다. 열 층을 이루어 지내는 한 갈래 벌레와 짐승은 저마다 오순도순 아기자기하게 살림을 꾸립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루는 도시를 보면, 한 층짜리 집은 매우 드뭅니다. 도시에서 한 층짜리 집에서 지내는 사람은 참으로 드물어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여러 층짜리 집에서 층을 나누어서 함께 지냅니다. 그러니까, 알고 보면 서로 이웃입니다. 알고 보면 모두 이웃입니다.
도시에서는 좁은 땅떵이에서 저마다 이웃이 되지 않고서는 사이좋게 살 수 없습니다. 층층이 다른 살림집이니 서로서로 아끼고 헤아리지 않는다면 몹시 거북하거나 못마땅하거나 싫을 만합니다. 우리 집에 아이들이 있다 해서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도록 할 수 없습니다. 깊은 밤에 노래를 크게 틀고 방방 뛰면서 춤을 출 수 없습니다. 목청껏 노래를 부를 수 없고, 나무를 심어서 기른다든지, 짐승을 두어 돌보기에도 눈치를 볼 만합니다.
그러면, 도시에서 아파트 같은 ‘층집’을 지은 이들은 왜 이렇게 지었을까요? 층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살림을 꾸릴 텐데, 층집을 설계해서 짓는 이들은 왜 집집마다 ‘이웃집 시끄러운 소리’에서 홀가분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꼼꼼히 살펴서 층집을 짓지 않았을까요? 아이들이 아래층 걱정을 안 하고 마음껏 뛸 수 있는 자리를 왜 마련하지 않았을까요? 높다란 층에서도 나무를 심어서 돌볼 만한 자리를 마련하기는 어렵기만 할까요? 짐승을 귀엽게 여기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헤아리면서, 이들이 느긋하면서 즐겁게 지낼 만한 얼거리로 지을 수는 없을까요?
.. “편지를 보낸 게 너였어?” “응, 망원경을 보다가 널 발견하곤 편지를 보낸 거야. 어서 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도치야, 우리 같이 별 보러 갈까?” .. (27쪽)


그림책 《100층짜리 집》은 지구별에 참말 있는 집일 수 있고, 또는 먼 우주에서 날아온 집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한 가지는 또렷하게 말할 수 있으니,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 ‘도치’와 ‘100층에 사는 거미나라 왕자’는 서로 동무입니다. 둘은 저마다 ‘내 보금자리’에서 별바라기를 즐겨요. 도치는 도치네 집에서 먼 우주를 바라보면서 꿈에 젖습니다. 거미나라 왕자는 거미나라 왕자대로 100층짜리 집에서 지구별을 비롯해서 수많은 별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꿈을 키웁니다.
.. 100층짜리 집 꼭대기에서 보는 별은 훨씬 더 아름다웠습니다. “저, 도치야. 우리 친구 할까?” “그래, 좋아! 우리 서로 친구 하자! 다시 별을 보러 와도 되지?” “그럼. 언제든지 놀러 와.” .. (28쪽)
지구별이라는 테두리에서 보자면 우리는 모두 이웃입니다. 국경은 덧없습니다. 국적은 부질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웃이니 전쟁무기나 군대가 있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지구별 테두리에서 우리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놀 만합니다. 서로 아끼고 보살피면서 웃음꽃을 피울 때에 즐겁습니다.
바로 옆에 이웃이 있는데, 비닐쓰레기를 태우지 않겠지요. 바로 옆에 고단해서 단잠을 이루는 이웃이 있는데,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지 않겠지요. 바로 옆에 사랑스러운 이웃이 있으니, 우리 이웃이랑 오순도순 이룰 아름다운 삶을 생각하겠지요.
100층짜리 집에서는 모두가 서로 반가우면서 살가운 이웃입니다. 우리 지구별에서도 우리는 서로 반가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웃입니다. 시골과 도시도 서로 이웃입니다. 도시와 도시도, 시골과 시골도 모두 이웃입니다. 서로 손을 잡을 수 있기를 바라요. 서로 아끼고 돌보는 따사로운 마음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경쟁이나 다툼 따위는 모두 조용히 내려놓고, 함께 웃고 노래할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요. 4347.9.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