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 아웃케이스 없음
스파이크 존즈 감독, 호아킨 피닉스 외 출연,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 하은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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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Her, 2013



  스파이크 존스라는 분이 만든 영화 〈Her〉가 있다. 적잖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다 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 영화에 마음이 끌리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곁님이 〈Her〉와 〈루시〉를 놓고, 〈루시〉는 죽고 죽이는 끔찍한 모습이 너무 많이 나오니 〈Her〉를 보자고 해서 디브이디를 장만해서 보기로 한다. 나는 바깥일을 보느라 부산을 다녀와야 했는데, 이동안 곁님이 먼저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니 어떠했느냐고 물었는데, 나더러 굳이 보지 말라고 얘기한다. 이러면서 이 영화가 사람들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까닭과 왜 볼 만하지 않은가 하는 대목을 들려준다. 가만히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헤아려 본다. 오늘날 현대문명 한국 사회에서 ‘큰식구’를 이루며 사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하나, ‘다른 어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드물며,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았어도 아이와 조곤조곤 이야기꽃을 나누는 일이 참으로 드물다. 요즈음 어른은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에 보내기만 하고, 요즈음 어른들은 ‘더 큰 어른’하고 따로 산다. 도시에서는 위층과 아래층과 옆집이 가까이 맞닿은 채 지내지만 정작 서로 만날 일이 매우 드물고, 만나더라도 깊이 말을 섞지 않는다. 참으로 외롭고 쓸쓸하게 바깥에서 돈을 벌거나 집에서 살림만 도맡는 얼거리로 갈린다. 이동안 저마다 무엇을 할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겨를은 참으로 길지만, 얼굴을 맞대고 한집 식구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조차 드물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는 ‘집안’이라는 말조차 쓰기 어렵다. 남과 여, 아니면 여와 남, 둘이서 오롯이 죽거나 살거나 붙어서 기나긴 나날을 보내는 얼거리가 된다. 남과 여, 또는 여와 남은 저마다 어떻게 살면서 무엇을 바라볼까. 둘은 어떤 꿈을 키우면서 어떤 삶을 가꾸는가. 커다란 도시에 사람은 되게 많지만, ‘이웃’이나 ‘동무’뿐 아니라, ‘어버이’와 ‘아이’조차 제대로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갈가리 쪼개져서 따로따로 움직인다. 도시에서 저마다 제 일터를 지키는 부속품처럼 일을 하고 돈을 번다.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고, 마음을 달래거나 보듬을 ‘한집 식구’조차 없다. ‘그 사람’한테만 자꾸 마음이 갈밖에 없다.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대로 힘드니, 서로 힘든 일로 부딪히기 일쑤요, 서로 힘들어서 서로 감싸야 살가울 테지만, 서로 힘들어서 서로 부딪히다 보니, 처음에는 남과 여 아니면 여와 남으로 만났으나 이윽고 갈라선다. 외롭거나 쓸쓸한 몸과 마음은 더 외롭거나 쓸쓸하게 바뀐다. 가상공간이든 현실이든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까? 영화 〈Her〉를 보면 좀 나아질까? 영화 〈Her〉는 어떤 실마리를 보여줄까? 소재가 그저 소재로 끝나고 만 영화로구나 싶다. 4347.9.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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