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돌보는 책읽기



  몸이 고단하거나 아프면, 책을 손에 쥘 엄두를 못 내기 일쑤이다. 고단하니까 몸을 쉬려 하고, 아프니까 몸을 살리려 한다. 몸이 고단하기에 기운을 되찾기까지 가만히 쉰다. 몸이 아프니까 힘을 되찾도록 조용히 쉰다.


  책을 읽으려면 그만큼 기운을 쏟고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니까, 책을 읽고 싶다면, 몸이 고단하거나 지치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한다. 책을 손에 쥐고 싶으면, 언제나 튼튼하면서 씩씩한 몸이 되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시외버스를 이틀에 걸쳐 여덟 시간쯤 타면서 생각한다. 시외버스로 여덟 시간쯤 달리니, 이동안 책을 얼마나 많이 읽을 수 있을까? 어제는 세 권을 읽었는데, 오늘은 아직 한 권도 못 읽는다. 바깥일을 마치고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운이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속이 더부룩하지 않도록 내 손으로 배를 살살 쓰다듬는다. 이마와 낯을 살살 문지르고 다리를 주무른다. 부산에서 새벽 일찍 길을 나섰으니 고흥에는 한 시쯤 닿을 듯하다. 아이들은 하룻밤 아버지를 못 보았는데 잘 지냈겠지. 오늘 저녁에 아이들한테 어떤 밥을 차려 주면 즐겁고 맛나게 먹을 수 있나 하고 헤아려 본다. 4347.9.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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