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745) 오늘의 2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쌓아온 행위의 결과에 의해 점점 변화되어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이지

《폴카르스/이계숙 옮김-열반》(불일출판사,1988) 17쪽


 오늘의 모습을

→ 오늘날 모습을

→ 오늘 이 모습을

→ 오늘 같은 모습을

→ 이러한 모습을

→ 이 모습을

 …



  “오늘의 모습”을 말한다면 “내일의 모습”이나 “어제의 모습”도 말할 수 있겠지요. “내년의 모습”이나 “지난해의 모습”처럼 쓸 수도 있을 테니, ‘-의’를 붙이면 참으로 수월하게 온갖 말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토씨 ‘-의’를 스스럼없이 붙이거나 딱히 잘못되었다고 안 느끼는구나 싶어요.


  그러면 이런 말도 생각해 보셔요. “오늘 모습, 어제 모습, 내일 모습, 다음해 모습, 지난해 모습”을요. 토씨 ‘-의’만 덜어낸 말을 가만히 곱씹어요. 다음으로 “오늘 같은 모습, 어제 같은 모습, 내일 같은 모습, 다음해 같은 모습, 지난해 같은 모습”을 생각해요. 어떤가요?


  ‘-의’를 붙이니 손쉽게 온갖 말을 쓸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한편, 딱히 ‘-의’를 안 붙여도 되는 자리인데 그냥 ‘-의’를 붙이지는 않나 헤아려 봅니다. ‘-의’가 아닌 다른 말을 붙여야 알맞을 자리에 무턱대고 ‘-의’를 붙이지는 않나 싶습니다.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이니, 그냥 쓸는지 모릅니다. 모두들 그냥저냥 쓰는 말이니, 나도 그냥 쓸 수 있겠지요. 이렇게 쓰든 저렇게 쓰든 뜻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니, 깊이 안 살피며 쓸 만합니다. 내가 쓰는 말이나 이웃이 쓰는 말을 굳이 잘못이라고 안 느끼거나 바로잡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구나 싶어요. 어느새 잘못된 말씨에 길들거나 익숙한 탓에, 올바르게 쓸 말이 무엇인가는 깨닫지 못할 수 있습니다.


  좋은 버릇도 몸에 배이기 마련이지만, 얄궂은 버릇도 몸에 배이기 마련입니다. 좋은 말버릇뿐 아니라 얄궂은 말버릇도 몸에 배이기 마련이라, 한 번 배인 버릇은 오래오래 우리 몸속 깊숙이 파고들어서 좀처럼 안 떨어집니다. 4339.9.28.나무/4347.9.2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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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쌓은 일에 따라 차츰 달라져서 오늘 같은 모습을 갖추지


“자신(自身)이 쌓아온 행위(行爲)의 결과(結果)에 의(依)해”는 “스스로 쌓은 일에 따라”나 “저마다 한 일에 따라”라든지 “스스로 무엇을 했는가에 따라”로 다듬습니다. ‘점점(漸漸)’은 ‘차츰’이나 ‘조금씩’으로 손보고, ‘변화(變化)되어’는 ‘바뀌어’나 ‘달라져서’로 손봅니다. “갖추게 된 것이지”는 “갖추지”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29) 오늘의 3


“‘아, 고맙다’가 아니야! 오늘의 면접은 어떻게 할 거야? 지금 도쿄행 공석을 기다린다 해도, 절대로 시간 안에 가지 못할 거라구!”

《다카하시 신/박연 옮김-좋은 사람 1》(세주문화,1998) 8쪽


 오늘의 면접은

→ 오늘 면접은

→ 오늘 치를 면접은

→ 오늘 볼 면접은

→ 오늘 하는 면접은

 …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데, 어쩌면 오래지 않아 이 말이 사라지고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로 뒤바뀌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사람들 말매무새를 들여다보면, 바로 오늘부터 이처럼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 할 일 . 내일 할 일 . 어제 한 일 (o)

 오늘의 일 . 내일의 일 . 어제의 일 (x)


  우리는 예부터 ‘-의’를 넣지 않으면서 생각과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오늘 할’이나 ‘오늘 맞이할’이나 ‘오늘 보는’이나 ‘오늘 치른’처럼 조금씩 다른 생각과 느낌을 말마디에 담았습니다.


  “오늘의 일정”이 아닌 “오늘 할 일”이며, “오늘의 날씨”가 아닌 “오늘 날씨”입니다. “오늘의 수업”이 아닌 “오늘 수업”이나 “오늘 할 수업”이고, “오늘의 경기”가 아닌 “오늘 경기”나 “오늘 있는 경기”나 “오늘 하는 경기”입니다. 4342.4.6.달/4347.9.2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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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맙다’가 아니야! 오늘 면접은 어떻게 해? 바로 도쿄 가는 빈자리를 기다린다 해도, 도무지 제때에 가지 못한다구!”


“어떻게 할 거야”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나 “어떻게 할 셈이야”로 다듬으면 낫지만, ‘것’이 아주 자주 온갖 곳에 쓰이는 오늘날에는 이 같은 말씀씀이를 다듬기란 몹시 어렵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라든지 “어떻게 하려구”로 손볼 수 있어요. 입으로 하는 말씨를 헤아리면, 알맞고 예쁘게 다듬을 만합니다. ‘지금(只今)’은 ‘바로’로 손보고, “도쿄행(-行) 공석(空)을”은 “도쿄 가는 빈자리를”로 손보며, ‘절대(絶對)로’는 ‘어떻게든’이나 ‘무슨 수를 써도’나 ‘도무지’로 손봅니다. “시간(時間) 안에”는 “제때에”로 손질합니다. ‘시간’은 한자말이더라도 쓸 만하지만 “시간 안에”는 일본 말투입니다. “가지 못할 거라구”는 “가지 못한다구”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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