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623) 오늘의 1


오늘의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오늘의 어린이들은 TV에 나오는 어린이들, 교과서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아니다

《이오덕-삶·문학·교육》(종로서적,1987) 87쪽


 오늘의 어린이들

→ 오늘날 어린이들

→ 요즘 어린이들

→ 요즈음 어린이들

→ 요새 어린이들

→ 요사이 어린이들

 …



  “오늘 할 일”이라 하면 될 말을 “오늘의 할 일”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라 하면 될 말을 “오늘날의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 글 바로쓰기》를 써낸 이오덕 님 또한 지난날에는 이와 같이 글을 썼습니다. 나중에는 이러한 말투를 안 쓰셨지만, 1980년대 끝무렵에 펴낸 책에까지만 하더라도, “오늘날 어린이”가 아닌 “오늘의 어린이”로 적으셨고, 이처럼 적은 이녁 말투를 가다듬어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래도 이오덕 님은 이녁 스스로 애쓰고 힘써서 토씨 ‘-의’를 거의 모두 털어냈습니다. 이오덕 님이 1950년대에 쓴 글과 1960년대에 쓴 글, 그리고 1970년대와 1980년대까지 쓴 글하고 1990년대에 쓴 글을 견주면 사뭇 다릅니다. 2000년대에 쓴 글과 견주면 더욱 달라요.


  다만, 퍽 늦은 나이에 한국말을 옳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깨우쳤기에 모두 걸러내거나 털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이오덕 님은 이오덕 님이 하실 만큼 하셨고, 이오덕 님이 못했거나 마무리짓지 못한 몫은 우리한테 남겨 주었습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지식이라는 틀을 넘어서며 ‘삶을 담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펼쳐 보였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쏟아 추스르느냐에 따라서 우리 넋과 얼을 싱그러우면서 넉넉히 담아낼 길이란 얼마든지 환하게 열렸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아쉽다면, 이런 땀방울을 오늘날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제대로 알아채지 못합니다.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지 못하는 우리들이요, 차근차근 마음을 바치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말이 살아날 때에 생각이 살아나는 줄 느끼지 못하는 우리들이고, 생각이 살아나는 동안 넋과 얼이 살아날 뿐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과 즐기는 놀이는 한결 싱그럽고 맑아지는 줄 깨닫지 못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어떻게 있는가?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이 아름답지 못하다 하더라도 다음날을 아름다이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벅차거나 고달프더라도 조금씩 애쓰고 힘쓰면서 이튿날을 홀가분하거나 뿌듯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온통 슬프거나 괴롭더라도 꾸준히 보듬거나 어루만지면서 새 하루를 반갑고 벅차게 누릴 수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아름답게 가꾸는 말은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아름다이 북돋우는 일놀이는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일으키는 삶은 아닙니다. 언제나 하루하루 조금씩 갈고닦는 말이요 일놀이요 삶입니다. 오늘은 아직 많이 모자라다 하지만, 새로 찾아올 하루를 내다보면서 살포시 가꾸는 말이요 일놀이요 삶입니다. 오늘은 턱없이 모자라다 하더라도, 이튿날부터 조금씩이나마 새롭게 가꾸거나 어루만지는 말이요 일놀이요 삶입니다.


  말과 글을 차근차근 다스리면서 생각과 마음을 차근차근 다스릴 수 있습니다. 생각과 마음을 차근차근 다스리는 동안 온누리를 보는 눈을 넓히고 키웁니다. 내 눈길을 넓히거나 키우면서 삶자락을 알뜰히 다스릴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훌륭해지는 말과 글이 아닌, 날마다 한 마디 두 마디 곱씹고 되씹는 말과 글이 되면서, 생각과 마음을 비롯해서, 삶자리 어느 곳에나 넉넉함과 따스함과 살가움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4339.6.6.불/4342.5.27.물/4347.9.2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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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어린이들은 어떻게 사는가? 오늘날 어린이들은 TV에 나오는 어린이들, 교과서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아니다


“살고 있는가”는 “사는가”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67) 오늘의 4


“오늘의 ‘오늘의 커피’는 뭔가요?”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인디아 몬순으로 준비했습니다. 강한 맛의 커피를 마시면서 습한 기후의 인도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요.”

《기선-오늘의 커피 3》(애니북스,2013) 183쪽


 오늘의 ‘오늘의 커피’는 뭔가요

→ 오늘은 ‘오늘 커피’는 뭔가요

→ 오늘은 ‘오늘 커피’가 뭔가요

→ 오늘 내린 ‘오늘 커피’는 뭔가요

→ 오늘 선보일 ‘오늘 커피’는 뭔가요

 …



  오늘 커피집에 찾아온 손님이 ‘오늘의 커피’를 묻습니다. 그래서, 보기글에 나오듯이 “오늘의 오늘의 커피”가 됩니다.


  ‘오늘 + 의’과 같은 말투가 입에 붙으면 이렇게 말하리라 느낍니다. 이렇게 하는 말이 재미있다고 여길 수 있고, 이렇게 말하면서 말느낌이 새롭다고 여길 수 있어요.


  나는 아이들과 살아가며 아이들이 하는 말을 가만히 귀여겨듣습니다. 아이들은 ‘-의’를 붙여서 말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으레 ‘이름씨 + 이름씨’로 말합니다. 이를테면, 일곱 살 어린이는 나한테 이렇게 묻습니다. “아버지, 오늘 밥은 무슨 밥?” 아이들은 “오늘의 밥”이라 묻지 않습니다. “오늘 밥”이라 묻습니다.


  어른들도 그렇지요. “우리, 오늘 어디 갈까?” 하고 묻습니다. “오늘은 홍차를 마실까, 녹차를 마실까?” 하고 말하지요. 그런데, 이런 말투를 한자말을 섞어 “오늘의 행선지”라든지 “오늘의 차”처럼 말하려 한다면 어느새 ‘-의’가 달라붙어요.


  커피집에서는 “오늘 커피”입니다. 찻집에서는 “오늘 차”입니다. 빵집에서는 “오늘 빵”이고, 밥집에서는 “오늘 밥”입니다. 4347.9.2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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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늘 커피’가 뭔가요?”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인디아 몬순으로 했습니다. 맛이 짙은 커피를 마시면서 날씨가 축축한 인도를 떠올리는 재미도 있을 듯해서요.”


‘준비(準備)했습니다’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이 자리에서는 ‘했습니다’로 손질해도 됩니다. “강(强)한 맛의 커피”는 “맛이 짙은 커피”로 손보고, “습(濕)한 기후(氣候)의 인도”는 “날씨가 축축한 인도”로 손봅니다. ‘상상(想像)하는’은 ‘그리는’이나 ‘떠올리는’으로 손질하고, “있을 것 같아서요”는 “있을 듯해서요”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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