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89) 얄궂은 말투 97 : 그들의 비행은 계속되고 있었다


기러기 아카는 그녀의 무리를 이끌고 벰뮌과 판타르홀름을 넘어서 카를스크로나로 비행했다. 저녁 늦게까지도 그들의 비행은 계속되고 있었다

《셀마 라게를뢰프/배인섭 옮김-닐스의 신기한 여행 1》(오즈북스,2006) 168쪽


 그들의 비행은 계속되고 있었다

→ 기러기들은 그대로 날았다

→ 기러기들은 꾸준히 날았다

→ 기러기들은 자꾸자꾸 날았다

→ 기러기들은 한결같이 날았다

 …



  보기글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기러기 우두머리를 ‘그녀’로 가리키더니, 나중에는 기러기 무리를 ‘그들’로 가리킵니다. 뭔가 알쏭달쏭합니다. 기러기를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가리켜도 될는지 아리송합니다.


  서양에서는 기러기를 ‘she’라든지 ‘they’로 가리킬 만합니다. 서양말과 서양 말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러기를 ‘기러기’로 가리킵니다. 한국에서는 고양이를 ‘고양이’로 가리킵니다. 한국말과 한국 말법은 이와 같습니다.


  이 보기글을 더 살피면, 기러기를 잘못 가리키기도 하지만, 말투가 뒤죽박죽입니다. “그들의 비행”이라는 말투는 ‘-의’를 넣는 일본 말투이고, “-고 있었다”는 현재진행형인데, 한국말에는 이러한 말투가 없습니다.


  누구나 어릴 적부터 스스로 배운 대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텐데, 문학을 하거나 번역을 하는 자리에 서려 한다면, 어릴 적부터 스스로 배운 틀에서 한 걸음 나아가, 한국말을 새롭게 배우고 깊으면서 넓게 다시 익힐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4347.9.20.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기러기 아카는 무리를 이끌고 벰뮌과 판타르홀름을 넘어서 카를스크로나로 날았다. 저녁 늦게까지도 기러기들은 그대로 날았다


“기러기 아카는 그녀의 무리를 이끌고”는 “기러기 아카는 무리를 이끌고”로 바로잡습니다. 서양에서는 암컷 기러기를 ‘그녀’로 가리킬는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기러기일 뿐입니다. ‘비행(飛行)했다’는 ‘날았다’로 손봅니다. “계속(繼續)되고 있었다”는 “그대로 날았다”나 “꾸준히 날았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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