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대소동 - 저학년 문고 3018 베틀북 리딩클럽 9
미셸 코르넥 위튀지 글, 레온 베르샤드스키 그림, 류재화 옮김 / 베틀북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66


 

나한테는 내 모자가 즐거워

― 모자 대소동

 미셸 코르넥 위튀지 글

 레온 베르샤드스키 그림

 류재화 옮김

 베틀북 펴냄, 2001.4.15.



  내 모자는 네 모자보다 좋지 않습니다. 네 모자는 내 모자보다 좋지 않습니다. 내 옷은 네 옷보다 좋지 않습니다. 네 옷은 내 옷보다 좋지 않습니다. 내 모자는 내 몸이나 쓰임새에 맞는 모자입니다. 내 옷은 내 몸과 삶에 맞는 옷입니다. 그래서 내 모자나 옷은 나한테 쓸모가 있으며 나한테 애틋하고 나한테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길동무가 됩니다. 네 모자나 옷은 내가 아닌 바로 너한테 쓸모가 있으면서 애틋하고 이야기샘이 됩니다.


  어떤 모자를 쓰기에 더 훌륭하거나 뛰어나지 않습니다. 남들이 쓰는 모자를 써야 나도 그들과 같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남을 좇아야 하지 않고, 남이 나를 좇아야 하지 않습니다. 나는 언제나 나로 있으면서 내 삶을 누립니다. 남들이 내 삶을 따라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가 남들 뒤꽁무니를 좇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 미모사 부인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창가에 놓아 둔 부인의 일본식 정원 모자에 물을 주었어요. 부인의 모자는 하나의 완전한 세상 같았지요 ..  (5쪽)



  나무는 모두 ‘나무’라는 이름으로 하나입니다. 그런데, 나무에는 참나무와 잣나무와 소나무와 밤나무처럼 저마다 다른 갈래로 묶을 수 있습니다. 다 같은 나무이면서 다 다른 나무입니다. 참나무를 보아도 떡갈나무와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있어요. 참나무라면 다 같은 ‘참나무’이고 ‘도토리’를 맺지만, 다 다른 참나무이면서 다 다른 도토리예요. 더 나아가, 굴참나무를 들여다보셔요. 굴참나무가 만 그루 있다고 한다면, 만 그루 굴참나무가 어떠할까요? 생김새가 똑같은 굴참나무가 있을까요? 똑같은 잎사귀가 하나라도 있을까요? 똑같은 도토리가 한 톨이라도 있을까요?


  참으로 놀랍게도, ‘같은 갈래 같은 이름’인 나무라 하더라도 생김새가 모두 다를 뿐 아니라, 한 그루에서도 잎사귀와 열매가 모두 다릅니다. 해마다 새로 내놓는 잎사귀와 열매도 모두 달라요.


  똑같은 목숨이란 없습니다. 똑같은 목숨이란 태어날 수 없습니다. 똑같은 목숨으로서 똑같은 삶을 누릴 수 없는 노릇입니다.





.. “미모사 아줌마 모자는 다른 거랑은 달라요! 그 모자에는 진짜 식물이 산다구요. 그래서 물을 주는 거예요!” ..  (5, 13쪽)



  사람들은 학교를 다니거나 회사를 다닙니다. 학교에서는 다 다른 아이들한테 다 똑같은 지식을 가르칩니다.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른 꿈과 사랑을 키우도록 돕는 학교가 아니라,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똑같은 지식을 쌓아 다 똑같은 점수를 받도록 하는 한편, 다 똑같은 일자리를 얻어 다 똑같은 돈을 벌도록 짜맞추는 학교입니다.


  학교가 하는 노릇이 모두 똑같기 때문에, 오늘날 지구별에서는 제도권학교와 대안학교 모두 제길을 걷지 못합니다. 다 다른 아이들한테 다 다른 삶을 보여주면서 다 다른 길을 다 다른 아이들 스스로 사랑하고 꿈꾸도록 하지 않는다면, 어떤 틀로 짠 학교라 하더라도 비틀거릴밖에 없습니다.



.. 그날 밤 내내, 동글이 씨는 일본식 정원 모자 꿈을 꾸었답니다. 꿈 속에서 모자들은 산과 사막과 바다 위를 새처럼 날아다녔어요. 하늘을 가득 메우고는 아름다운 춤을 추기도 했답니다. 그러더니 바주빌 마을 위로 사뿐사뿐 내려와서 ..  (32∼33쪽)



  미셸 코르넥 위튀지 님이 글을 쓰고 레온 베르샤드스키 님이 그림을 그린 《모자 대소동》(베틀북,2001)을 읽습니다. 짧고 굵은 줄거리가 흐르는 《모자 대소동》은 아주 쉽고 단출하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한테는 내 모자가 즐겁다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어요. 어느 작은 마을에 ‘유행’처럼 ‘일본식 정원 모자’가 널리 퍼지지만, 똑같이 생긴 모자는 아닙니다. 똑같이 생길 수 없는 모자입니다. 왜냐하면, 이 모자한테는 물을 주어야 하거든요. 사랑으로 돌보면서 아껴야 하거든요. 처음에는 ‘다 똑같이’ 보일는지 모르나, 모자를 가꾸는 사람에 따라서 모자는 빛깔과 냄새와 무늬와 쓰임새가 모두 달라집니다.


  텃밭에서 일구는 남새는 텃밭을 돌보는 사람 손길에 따라 달라집니다. 꽃밭에서 키우는 꽃은 꽃밭을 가꾸는 사람 손길에 따라 바뀌어요.


  어떻게 살아갈 때에 즐거울까요? 내가 나인 줄 제대로 바라보고 느끼면서 살아갈 때에 즐겁습니다. 어떻게 살아갈 때에 아름다울까요? 내가 나인 줄 똑똑히 바라보고 깨달아 사랑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내가 내 삶을 누려야 내 이웃과 동무가 함께 즐겁습니다. 내가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해야 내 이웃과 동무가 서로 아름답습니다. 4347.9.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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