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92) 저의 4 : 저의 첫 도피생활


저의 첫 도피생활 때였습니다

《김근태-희망의 근거》(당대,1995) 283쪽


 저의 첫 도피생활 때

→ 제가 처음 숨어 살 때

→ 제가 처음 몸을 숨겼을 때

→ 제가 처음 숨어 지낼 때

 …



  보기글에서는 ‘저의’를 ‘제’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제 첫 도피생활 때였습니다”가 됩니다. 이러고 나서, ‘도피생활’까지 손보아 준다면, “제가 처음 도피하며 살 때였습니다”라든지 “제가 처음으로 숨어 살 때였습니다”로 적을 수 있어요. 4341.1.2.물/4347.9.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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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숨어 살던 때였습니다


‘도피생활(逃避生活)’은 “도피하며 살던”이나 “몸을 숨기고 지내던”이나 “숨어 살던”으로 다듬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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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322) 저의 5


저의 개인적 견해로는 디자인이 오히려 삶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조영식-인간과 디자인의 교감 빅터 파파넥》(디자인하우스,2000) 71쪽


 저의 개인적 견해로는

→ 제 생각으로는

→ 제 느낌으로는

→ 제가 보기에는

→ 제가 생각하기에는

→ 제 생각은

→ 저는

 …



  이 보기글 끝을 보니 “있다고 봅니다”로 끝맺음합니다. 앞을 보면 “저의 개인적 견해로는”이 나옵니다. “저의 개인적 견해로는 …… 있다고 봅니다”가 되는 셈인데, ‘견해’와 ‘봅니다’가 겹치기입니다. ‘저’와 ‘개인적’이 겹치기요, 이 말투도 겹치기예요. 글을 쓸 적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잘 살펴야 합니다. 글월이 앞뒤가 잘 이어지는가를 돌아보아야 하고, 알맞고 슬기롭게 옳게 가누었는지 헤아려야 합니다. 4341.4.20.해/4347.9.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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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으로는 디자인이 오히려 삶이 곧게 흐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고 봅니다


‘개인적(個人的)’은 군말입니다. ‘견해(見解)’는 ‘생각’으로 고치고, “삶의 지속(持續) 가능성(可能性)”을 저해(沮害)하고”는 “지속 가능한 삶을 가로막고”나 “오래 이어질 삶을 가로막고”나 “한결같이 이어갈 삶을 가로막고”나 “삶이 꾸준하게 흐르지 못하도록 가로막고”로 고쳐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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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23) 저의 6


한시라도 빨리 저의 의사를 밝혀 드려야 구체적 일정을 짜는 데 착오가 없을 것 같아서 이메일을 보냅니다

《장정일-생각, 장정일 단상》(행복한책읽기,2005) 180쪽


 저의 의사를

→ 제 생각을

→ 제 뜻을

→ 제 생각이 어떠한가를

→ 제가 어떻게 할는지

 …



  내가 품는 뜻이면 ‘내가 품는 뜻’입니다. 이 말을 간추려 적으면 ‘내 뜻’입니다. 내가 하는 생각이면 ‘내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 말을 간추리면 ‘내 생각’입니다. 네가 품는 뜻이니 ‘네가 품는 뜻’이요 ‘네 뜻’입니다. 네가 하는 생각이기에 ‘네가 하는 생각’이요 ‘네 생각’입니다.


  나라나 겨레마다 쓰는 말이 달라서, 나라나 겨레마다 말법이 다릅니다. 우리는 영어를 배우건 일본말을 배우건 독일말을 배우건 중국말을 배우건, 그 나라 이름씨와 매김씨와 어찌씨와 대이름씨를 배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한국말을 배울 적에도 우리 이름씨와 매김씨와 어찌씨와 대이름씨를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말이나 한국 말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말투가 자꾸 퍼지겠지요. 잘못된 말투가 뿌리를 내리려 할 적에도 바로잡지 못하고 말아요.


  어떤 말투이든 익숙해지면 고치기 어렵습니다. 거친 말투이건 고운 말투이건 얄궂은 말투이건 사랑스러운 말투이건 버릇이 되면 그대로 뿌리를 내립니다. 생각으로는 ‘잘못인 줄 알았으니 고쳐야겠다’고 되뇌지만, 몸이 따르지 못하는 수가 잦습니다. 머리에는 지식이 담겼으나, 손이나 입이 굳어서 바뀌지 못하는 수 또한 잦습니다.


  처음 말을 배울 적에 올바르게 배울 노릇입니다. 아이들한테 처음 말을 가르칠 적에 차근차근 살피면서 갈고닦을 노릇입니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을 맡은 분들은 누구보다도 말과 글을 깊이 돌아보아야 합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며 살아가는 분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말과 글을 찬찬히 배우고 거듭 배우면서 늘 새로 배워야 합니다. 4341.12.8.달/4347.9.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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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빨리 제 뜻을 밝혀야 낱낱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이 될 듯해서 누리편지를 보냅니다


‘한시(-時)라도’는 ‘조금이라도’로 손보고, “구체적(具體的) 일정(日程)을 짜는”은 “낱낱 일정을 짜는”이나 “어떻게 다닐지를 짜는”이나 “일정을 짜는”으로 손봅니다. “착오(錯誤)가 없을 것 같아서”는 “어려움이 없을 듯해서”나 “말썽이 없을 듯해서”나 “도움이 될 듯해서”로 다듬습니다. ‘이메일(email)’은 ‘누리편지’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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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65) 저의 7


이 모자는 저의 할머니 것이네요. 제가 간직하고 있었던 거죠

《미셸 코르넥 위튀지/류재화-모자 대소동》(베틀북,2001) 51쪽


 저의 할머니

→ 저희 할머니

→ 우리 할머니

 …



  스스로 살며시 낮추어 말하려 한다면 ‘저희’를 넣으면 됩니다. 여느 느낌으로 수수하게 말하려 한다면 ‘우리’를 넣으면 됩니다. 둘 가운데 하나입니다. 동시나 동화를 쓰는 분들은, 또 외국문학을 한국말로 옮기는 분들은, 이 대목을 더욱 잘 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9.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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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자는 우리 할머니 것이네요. 제가 간직하던 모자이지요


“간직하고 있었던”은 “간직하던”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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