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66) 저의 1
묘한 것은 그 술로 인해 저의 마음이 때로 심화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박남준-나비가 날아간 자리》(광개토,2001) 46쪽
저의 마음이 (x)
제 마음이 (o)
‘내’로 적어야 할 말을 ‘나의’로 적는 요즈음 사람들은, ‘제’로 적어야 할 말을 ‘저의’로 적습니다. “제 말 좀 들어 보셔요”나 “제 자전거예요”나 “제 마음을 받아 주셔요”처럼 적는 한국말이고, 이렇게 적어야 마땅하며, 앞으로도 이렇게 적어야 할 줄 압니다. 그런데 “저의 말 좀 들어 보셔요”라든지 “저의 자전거예요”라든지 “저의 마음을 받아 주셔요” 같은 말투가 하루하루 퍼집니다. 이런 말이 괜찮거나 쓸 만하다고 느끼는 분이 늘어납니다.
어떻게 보면, ‘내·제’로만 쓰지 말고 ‘나의·저의’로도 쓰면서, 말쓰임새를 넓힌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참말 이렇게 쓰는 일이 말쓰임새 넓히기가 될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말씀씀이까지 굳이 받아들여서 한국말 쓰임새를 넓히는 일이 얼마나 즐거울는지 궁금합니다.
사회가 달라지면 말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오늘날 사회는 여러모로 뒤죽박죽입니다. 참다운 민주와 평화와 평등이 아직 제대로 뿌리를 못 내립니다. 독재와 폭력이 마구 춤추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말에서 민주와 평화와 평등이 제대로 못 퍼지거나 못 자라지 싶어요. 나라는 남과 북으로 갈라졌기에, 말 또한 이리저리 쪼개지거나 갈라질는지 모릅니다. 사회를 고스란히 담는 말인 만큼, 뒤죽박죽인 사회라 한다면 말도 뒤죽박죽일밖에 없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말도 사회와 문화도 모두 아름답게 서도록 힘쓸 때에 우리 삶이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말 한 마디부터 아름답게 다스릴 적에 우리 삶을 즐겁게 가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4339.12.29.쇠/4347.9.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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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게도 그 술 때문에 제 마음이 때로 깊어지기도 합니다
“묘(妙)한 것은”은 ‘얄궂게도’나 ‘재미있게도’쯤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그 술로 인(因)해”는 “그 술 때문에”로 손보고요. “심화로 이어지기도”는 무슨 뜻으로 한 말일는지 아리송합니다. ‘深化’일까요, ‘心火’일까요, ‘心畵’일까요. 아무래도 ‘깊어진다’는 뜻일 테지요. “심화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는 “깊어지기도 합니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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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975) 저의 2
그의 탄원은 한밤중에도 남몰래 계속될 것이다. “저를 구하소서. 지상에서 저만이 소유하게 하시고 저의 소유만이 변함없게 하시고 저의 말만이 가치있게 하소서.”
《강은교-추억제》(민음사,1975) 35쪽
저의 소유만이 변함없게 하시고
→ 제가 가진 것만이 한결같게 하시고
→ 제 것만이 그대로 있게 하시고
→ 제 돈만을 지켜 주시고
저의 말만이 가치있게 하소서
→ 제 말만 값있게 하소서
→ 제가 하는 말만 뜻있게 하소서
…
‘나의’도 ‘저의’도 살포시 손질합니다. ‘내’와 ‘제’로 적으면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나의 소유”나 “저의 소유”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이나 “제가 가진 것”입니다. 어찌 보면, ‘가진 것’이라 안 쓰고 ‘소유(所有)’라는 한자말을 썼기 때문에 ‘-의’가 들러붙는지 모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하고 말할 때에 올바릅니다.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처럼 말하면 얄궂습니다. “제 말 좀 들어 보셔요” 하고 말할 때에 알맞습니다. “저의 말 좀 들어 보셔요” 하고 말하면 알맞지 않습니다. 4340.4.10.불/4347.9.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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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은 한밤에도 남몰래 이어지리라. “저를 도와주소서. 이 땅에서 저만이 가지게 하시고 제 것만이 그대로 있게 하시고 제 말만이 값있게 하소서.”
“그의 탄원(歎願)”은 “하소연”으로 다듬고, ‘한밤중(-中)’은 ‘한밤’으로 다듬으며, “계속(繼續)될 것이다”는 “이어지리라”로 다듬습니다. “저를 구(救)하소서”는 “저를 살려 주소서”나 “저를 돌봐 주소서”나 “저를 도와주소서”로 손질합니다. ‘지상(地上)에서’는 ‘이 땅에서’로 손보고, ‘소유(所有)하게’는 ‘가지게’로 손보며, ‘변(變)함없게’는 ‘그대로 있게’나 ‘바뀌지 않게’로 손봅니다. ‘가치(價値)있게’는 ‘값있게’나 ‘뜻있게’로 고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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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058) 저의 3 : 저의 잘못은 아니지만
모든 게 저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를 용서해 주셔요
《야누쉬 코르착/송준재,손성현 옮김-안톤 카이투스의 모험》(내일을여는책,2000) 182쪽
저의 잘못은 아니지만
→ 제 잘못은 아니지만
→ 제가 저지른 잘못은 아니지만
→ 제가 잘못한 일은 아니지만
→ 제가 한 일은 아니지만
…
이 자리에서는 “제 잘못”으로 고쳐야 올바릅니다. 또는 “제가 저지른 잘못”처럼 고치면 됩니다. “내 잘못”이나 “내가 저지른 잘못”으로 손질하면서 느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앞말과 이어서, “모두 제가 저지른 잘못은 아니지만”이나 “모두 제가 잘못한 일은 아니지만”으로 보듬어도 느낌이나 뜻이 잘 살아납니다. 4340.8.17.쇠/4347.9.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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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제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를 봐주셔요
“모든 게”는 ‘모두’나 ‘모든 일이’로 고쳐 줍니다. ‘용서(容恕)해 주셔요’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봐주셔요’나 ‘굽어살펴 주셔요’나 ‘너그러이 살펴 주셔요’처럼 풀어내면 한결 낫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