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92) 다름아니다 1


어느 날부터인가 여행이란 또 다른 일상에 다름아니다는 느낌을 받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는 강박 없이 그곳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전소연-가만히 거닐다》(북노마드,2009) 25쪽


 또 다른 일상에 다름아니다

→ 또 다른 삶과 같다

→ 또 다른 삶과 마찬가지이다

→ 또 다른 삶이다

→ 또 다른 삶이로구나

 …



  국립국어원에서는 ‘다름아니다’가 일본 말투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여러 사람들도 ‘다름아니다’이든 ‘다름아닌’이든 한국 말투가 아니요, 잘못 쓰는 말투라고 이야기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다름없다’로 고쳐쓰라고 덧붙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다름이 아니다”이든 “다름이 없다”이든 “같다”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같다”라 말하면 될 노릇입니다.


  ‘없다’라는 낱말을 붙여서 힘주어 말하려는 뜻에서 ‘다름없다’를 쓸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런 말투는 언제부터 누가 썼을까요? 한국사람이 예부터 이런 말투로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보기글은 “또 다른 삶과 같다”로 손보면 됩니다. 더 생각하면 “또 다른 삶과 마찬가지이다”라든지 “또 다른 삶과 매한가지이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름아니다(다름아닌)’라는 낱말은 ‘마찬가지’와 ‘매한가지’를 써야 할 자리에 끼어든 셈이요, 알맞게 쓸 한국말을 밀어낸 셈입니다. 4347.9.7.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어느 날부터인가 여행이란 또 다른 삶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는 틀에 매이지 않고 그곳에 내가 있다는 대목에 바로 빠져들었다


‘일상(日常)’은 ‘삶’으로 다듬고, “-라는 강박(强迫) 없이”는 “-라는 틀에 매이지 않고”나 “-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로 다듬습니다. “내가 존재(存在)한다는 사실(事實) 자체(自體)에”는 “내가 있다는 대목에 바로”나 “내가 있다는 생각에 곧바로”로 손질하고, “빠져들기 시작(始作)했다”는 “빠져들었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