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와 책손 (사진책도서관 2014.8.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베스트 베이비〉에 도서관 기사가 나온 뒤, 두 군데 방송국에서 전화가 온다. 여러 날에 걸쳐서 다큐방송을 찍고 싶단다. 무엇을 찍고 싶은 마음일까. 우리 도서관과 식구를 얼마나 알기에 ‘다큐’를 찍겠다는 뜻일까. 〈베스트 베이비〉에서 찾아온 취재기자는 내 책을 즐겁게 읽고 나서 취재를 오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글을 쓰고 책을 내며 도서관을 꾸리는 사람이니, 내 글을 꾸준히 읽거나 내 책을 사서 읽거나 우리 도서관에 책손으로 드나들고 나서 취재를 하고 싶든 말든 말을 해야 옳다고 느낀다. 이녁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도서관을 어떻게 ‘다큐’로 찍을 수 있겠는가. 다큐란 눈요기나 겉치레가 아니다. 다큐란 삶을 담는 이야기이다.
글을 쓰고 책을 내며 도서관을 꾸리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살피고 전화를 할 노릇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만나기만 하면 무엇이 나올까. 이 나라 방송국 피디와 작가들이 으레 이런 모습이니, 이 나라에서 흐르는 방송(텔레비전)을 볼 마음이 하나도 없다. 반짝 하고 시청율 올리는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려 할 뿐이니, 이런 방송을 보는 사람들 마음에 무엇이 남을 수 있겠는가.
가만히 보면, 방송뿐 아니라 책이나 영화도 엇비슷하다. 천만 사람이 보았다는 영화 가운데 열 해나 스무 해뿐 아니라 서른 해나 마흔 해를 지나도록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르는 작품은 몇 가지가 있을까 궁금하다. 백만 권이나 십만 권쯤 팔린 책이 앞으로 백 해나 이백 해쯤 뒤에, 또는 오백 해나 즈믄 해쯤 뒤에도 널리 읽힐 만할까 궁금하다. 어쩌면 널리 읽힐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널리 읽히는 책이 아름다운 사랑이나 꿈을 밝히는 책일까.
내가 한국말사전 만드는 길을 걷고 싶다는 꿈을 어릴 적에 품은 뒤, 지난 스무 해 남짓 이 길을 걸어온 까닭을 문득 돌아본다. 제대로 빚은 한국말사전은 언제나 책상맡에 놓고 들여다보는 책이다. 제대로 빚은 한국말사전은 꾸준히 들여다보거나 살피면서 넋을 북돋우는 책이다.
늘 책상맡에 둘 수 있을 때에 책이라고 느낀다. 책상맡이 아닌 책시렁에 둔다면 자료라고 느낀다. 책상맡에 두는 책은 ‘이야기를 배우는 책’이라고 느낀다. 책시렁에 두는 책은 ‘이야기를 되새기는 책’이라고 느낀다.
시골 도서관 이야기가 잡지에 나왔으니, 이 잡지를 읽은 이들 가운데, 시골살이를 마음에 품는 이웃이 나타날 수 있기를 빈다. 느긋하고 넉넉하게 시골 도서관으로 마실을 다니는 이웃이 생길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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