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368) 착안
그건 참 편리하고 묘한 착안이라고 하겠다
《이범선-전쟁과 배나무》(관동출판사,1975) 50쪽
묘한 착안이라고 하겠다
→ 놀라운 생각이라고 하겠다
→ 재미난 생각이라고 하겠다
→ 야릇한 생각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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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적는 ‘着眼’이라는 말은, ‘붙잡는 눈’을 가리킵니다. 붙잡는 눈이기에 잘 살펴보는 눈인 셈일까요. 잘 살펴보는 눈이라서 실마리를 얻는 눈일까요.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착안 사항”이라면, 한국말사전 풀이 그대로 “눈여겨볼 것”으로 고쳐쓰면 되네요. “기상천외의 착안”은 “뜻밖인 생각”이나 “아주 놀라운 생각”으로 고쳐쓰면 되고요.
다른 한자말인 ‘着岸’은, 한자만 보아서는 알 수 없으나, 말풀이를 보아도 쓸 일이 없으리라 봅니다. 한 마디로 “배가 닿음”이라 하면 되니까요. 4340.12.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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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참 손쉽고 재미있는 생각이라고 하겠다
‘편리(便利)하고’는 ‘손쉽고’로 다듬습니다. ‘묘(妙)한’은 ‘얄궂은’으로 풀어도 되고 ‘재미있는’이나 ‘놀라운’으로 풀어도 됩니다.
착안(着岸) : 배가 강이나 바다의 기슭에 와 닿음
착안(着眼) : 어떤 일을 주의하여 봄. 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잡음. ‘눈여겨봄’, ‘실마리를 얻음’으로 순화
- 착안 사항 / 이 얼마나 기상천외의 착안을 끝내 해낸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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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466) 명백
우리의 답들 중 일부가 틀렸다는 사실에 직면하지 않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리처드 파인만/정무광,정재승 옮김-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승산,2008) 69쪽
명백한 오류이다
→ 틀림없이 잘못이다
→ 뚜렷이 잘못이다
→ 참으로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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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온 한국말사전을 뒤적이면 ‘명백’ 같은 한자말은 풀이만 달았을 뿐 “‘뚜렷하다’로 순화” 같은 이야기는 붙이지 않았습니다. 요즈음 나오는 한국말사전은 이렇게 ‘우리가 쓰기에 알맞지 않으니, 이러저러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붙여 줍니다. 아무래도 예전보다 한결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알맞지 않은 낱말이니 고쳐써야 하는 낱말이라 한다면, 앞으로는 이 낱말이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명백한 사실”이나 “그가 저질렀음이 명백해졌다”나 “명백한 그 모든 진상이”처럼 쓰지 말고, “뚜렷한 사실”이나 “그가 틀림없이 저질렀다”나 “뚜렷한 그 모든 참모습이”처럼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잘못 쓰이는 낱말을 어떻게 쓰는가를 보여주기보다는, 알맞게 써야 할 낱말이 무엇인가를 차근차근 보여주면서, 말살림과 글살림을 북돋우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4341.8.13.물/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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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낸 답들 가운데 몇 가지가 틀린 줄 바라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잘못이다
“우리의 답들 중(中)”은 “우리가 낸 답들 가운데”로 손보고, ‘일부(一部)’는 ‘몇 가지’로 손봅니다. ‘직면(直面)하지’는 ‘맞부딪히지’나 ‘마주보지’나 ‘바라보지’로 손질하고, ‘생각하는 것은’은 ‘생각한다면’으로 손질하며, ‘오류(誤謬)’는 ‘잘못’으로 손질합니다.
명백(明白) : 의심할 바 없이 아주 뚜렷하다. ‘뚜렷하다’로 순화
- 명백한 사실 / 그 일을 그가 저질렀음이 명백해졌다 / 명백한 그 모든 진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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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794) 식사 1
죽과 소찬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주머니에 보리빵 한 덩어리를 넣고 나가, 숲에서 부지런히 땀 흘리며 장작을 패고 노래한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왕들 못지않게 그는 행복하다
《헬렌 니어링/권도희 옮김-헬렌 니어링의 지혜의 말들》(씨앗을뿌리는사람,2004) 184쪽
아침식사를 하고
→ 아침밥을 먹고
→ 아침을 먹고
→ 아침밥을 즐기고
→ 아침을 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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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습니다. 밥먹기를 두고 “밥을 즐긴다”고 하거나 “밥을 누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밥을 먹는다면 “밥을 나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밥을 짓기에 ‘밥짓기’입니다. 밥을 하기에 ‘밥하기’입니다. 밥을 먹으면 어떻게 가리키면 될까요? 네, ‘밥먹기’입니다. 밥을 차린 모습을 두고 ‘밥차림’이라 합니다. 밥을 먹으며 느끼는 맛은 ‘밥맛’입니다.
식사가 끝나다
→ 밥을 다 먹다
저녁 식사로 국수를 먹었다
→ 저녁으로 국수를 먹었다
→ 저녁밥으로 국수를 먹었다
친구와 식사 약속을 하였다
→ 친구와 밥을 먹기로 하였다
→ 친구와 밥을 먹자고 하였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식사’라는 한자말이 일곱 가지 나옵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이런 일곱 가지 ‘식사’는 언제 어디에서 쓸까 궁금합니다. “식욕”을 가리킨다는 ‘食思’는 한국말로 ‘밥생각’입니다. 남을 속이려고 거짓으로 꾸미는 일이 ‘飾詐’라 하고, 듣기 좋게 꾸미는 말이 ‘飾辭’라 하는데, “너를 식사했어”와 같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 엉뚱하리라 느낍니다.
“원장님께서 간단한 식사를 하시겠습니다”는 무슨 말이 될까요? 이런 말은 왜 쓸까요? “원장님께서 짤막히 인사말을 하시겠습니다”처럼 다듬어야겠습니다. 4337.6.13.해/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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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과 나물로 아침을 먹고 주머니에 보리빵 한 덩어리를 넣고 나가, 숲에서 부지런히 땀 흘리며 장작을 패고 노래한다. 떵떵거리며 사는 임금들 못지않게 그는 즐겁다
‘소찬(素饌)’은 고기가 없는 반찬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면 “죽과 소찬으로”는 “고기 없이 죽으로”라든지 “죽과 나물로”로 손볼 만합니다. “호화(豪華)로운 생활(生活)을 하는”은 “떵떵거리며 사는”이나 “헤프게 사는”으로 손질하고, ‘왕(王)’은 ‘임금’으로 손질하며, ‘행복(幸福)하다’는 ‘즐겁다’로 손질합니다.
식사(式事) : 의식의 행사
식사(式辭) : 식장에서 주최자가 그 식에 대하여 인사로 말함
- 원장님께서 간단한 식사를 하시겠습니다
식사(食事) : 끼니로 음식을 먹음
- 식사가 끝나다 / 저녁 식사로 국수를 먹었다 / 친구와 식사 약속을 하였다
식사(食思) = 식욕
식사(食瀉) : 음식물에 체하여 설사를 하는 증상
식사(飾詐) : 남을 속이기 위하여 거짓으로 꾸밈
식사(飾辭) : 듣기 좋게 꾸며서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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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315) 식사 2 : 저녁 식사 시간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박채란-까매서 안 더워?》(파란자전거,2007) 46쪽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 저녁 때였다
→ 저녁 먹을 때였다
→ 저녁을 먹는 때였다
→ 저녁밥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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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는” 우리들은 “아침밥을 먹는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아침식사를 한다”처럼 말투가 바뀌어요.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잊거나 잃습니다. 아침을 먹는 때는 “아침 때”입니다. 저녁을 먹는 때는 “저녁 때”입니다. “아침밥 때”라든지 “저녁밥 때”라고도 합니다.
한자말 ‘식사’를 쓴대서 우러를 만하거나 섬길 만하지 않습니다. 한국말 ‘밥’을 쓴대서 깎아내리거나 바보스럽지 않습니다. 삶을 나누는 밥입니다. 사랑을 나누는 밥입니다. 이야기꽃을 피우려고 즐겁게 지어서 함께 먹는 밥입니다. 4340.8.22.물/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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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였다
‘시간(時間)’은 ‘때’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