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872) 이사 1
새로 이사하여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생활도 영향을 주었을지 모른다
《가토 히로미/한성례 옮김-단 하나의 보물》(국일미디어,2004) 16쪽
새로 이사하여
→ 새로 옮겨 와서
→ 새로 집을 옮겨서
→ 새집으로 옮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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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에 실린 열여덟 가지 ‘이사’는 모두 한자말입니다. 이렇게나 많은 한자말 ‘이사’가 실렸으니, 한국말사전은 온통 한자말투성이라는 말이 나올밖에 없으며, 한국말에서 한자를 덜어내면 아무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그러나저러나 한국말사전에 실린 이 수많은 ‘이사’ 가운데 우리가 쓰는 ‘이사’로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야구에서 쓰는 ‘이사’는 ‘일사’와 함께 쓰고, 집을 옮길 때에 쓰는 ‘이사’도 ‘이사집센터’라는 이름으로 두루 쓰이며, 회사에서 어느 한 가지 자리를 가리키는 ‘이사’를 두루 씁니다만, 다른 열다섯 가지 ‘이사’는 거의 쓸모가 없다고 느낍니다. 중국사람 이름을 가리키는 ‘李斯’라든지, 불교에서 말하는 ‘二師’나, 평형모래를 가리킨다는 의학 낱말 ‘耳沙’하고, 우륵 님이 지은 가야금 노래 ‘爾赦’ 같은 한자말은 우리가 얼마나 쓸 만한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한자말을 굳이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역사사전이나 의학사전이나 음악사전에 실을 낱말을 한국말사전에 싣는 일이 우리한테 도움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이사 가다 → 집을 옮기다
이사 오다 → 집을 옮겨 오다
이사를 다니다 → 집을 옮겨 다니다
이사를 떠나다 → 다른 곳으로 떠나다
집을 옮긴다고 할 때에 쓰는 한자말 ‘이사’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한국말 ‘옮기다’나 ‘떠나다’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한자로 적으면 ‘移徙’일 테지만, 한국말로 적으면 ‘옮기다’와 ‘떠나다’인 셈입니다.
서울로 이사하다
→ 서울로 옮기다
→ 서울로 떠나다
→ 서울로 가다
다른 동네로 이사할
→ 다른 동네로 갈
→ 다른 동네로 떠날
→ 다른 동네로 옮길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집옮김’이나 ‘집옮기다’를 새말로 빚을 수 있습니다. 방 한 칸 얻어서 사는 살림을 옮긴다고 할 때에는 ‘방옮김’이나 ‘방옮기다’로 적으면 됩니다. 또는, ‘살림옮김’이나 ‘살림옮기다’처럼 적을 수 있고, 쓰임새에 따라서 ‘터옮김’과 ‘터옮기다’를 써 볼 수 있습니다. 4337.12.19.해/4341.12.26.쇠/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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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옮겨서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지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생활(生活)도”는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살았던 일도”나 “익숙하지 않은 곳에 살았기 때문에”로 다듬어 줍니다.
이사(二死) = 투 아웃
- 9회 말 이사 후에 만루 홈런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다
이사(二師) [불교]
(1) 두 사람의 도사
(2) 석가여래와 다보여래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사(已事) = 이왕지사
이사(尼寺) : 여승들이 사는 절
이사(吏事) : 관리의 사무
이사(耳沙) : [의학] = 평형 모래
이사(耳沙) : 귓돌
이사(里社) : [민속] 마을에서 지신(地神)을 위하여 마련한 집
이사(李斯) : [역사] 중국 진나라의 정치가
이사(泥沙/泥砂) : 진흙과 모래를 아울러 이르는 말
이사(理事) : [법률] 법인(法人)의 사무를 처리하며 이를 대표하여 법률 행위를 행하는 집행 기관
이사(異士)
(1) 출중한 선비
(2) 비범한 사람
이사(異事) : 기이한 일. 또는 별스러운 일
이사(移徙) : 사는 곳을 다른 데로 옮김
- 이사 가다 / 이사 오다 / 이사를 다니다 / 이사를 떠나다 /
서울로 이사하다 / 다른 동네로 이사할 채비를 하였다
이사(貳師) = [역사] 세자이사
이사(爾赦) : [음악] 신라 때에, 우륵이 지은 가야금 열두 곡 가운데 열한째 곡 이름
이사(?使) : 턱으로 부린다는 뜻으로, 사람을 마음대로 부림을 이르는 말
이사(離思) : 이별할 때의 슬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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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488) 이사 2
짝 마음이 / 내 마음속으로 / 쏙, 이사 들어왔다
《이상교-먼지야, 자니?》(산하,2006) 14쪽
내 마음속으로 / 쏙, 이사 들어왔다
→ 내 마음속으로 / 쏙, 옮겨 들어왔다
→ 내 마음속으로 / 쏙, 스며들었다
→ 내 마음속으로 / 쏙, 들어왔다
→ 내 마음속으로 / 쏙, 하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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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읽는 시에서 쓴 ‘마음속’이라는 낱말입니다. ‘심중(心中)’이나 ‘내면(內面)’ 같은 한자말을 넣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사’라는 낱말도 곰곰이 헤아려 보면 어떨까 싶어요.
퍽 널리 쓰는 낱말이라서 따로 한자말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할 만한 ‘이사’인데, 우리한테는 ‘옮기다’와 ‘떠나다’ 같은 한국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는 이런 낱말을 넣지 않고도 “쏙, 들어왔다”라고만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쏙, 하고 들어왔다”처럼 적어도 어울리고, “스며들었다”라든지 “파고들었다”처럼 적어도 어울립니다. 4341.12.26.쇠/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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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403) 대체
사람들이 내 나이를 알고 나면 대체로 내가 그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세환-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헤르메스미디어,2007) 58쪽
대체로 이런 반응을 보인다
→ 으레 이런 반응을 보인다
→ 거의 이렇게 말을 한다
→ 흔히들 이런 얼굴이다
…
댓개비로 엮으니 ‘대체’입니다. 나뭇개비는 길게 쪼갠 나뭇조각이고, 댓개비는 길게 쪼갠 대나무 조각입니다. 한자말 ‘代替’는 ‘바꿈’으로 고쳐써야 한다고 한국말사전에 나옵니다. “대체 방안”이라면 “바꿀 길”로 고쳐쓰고, “전문 인력으로 대체되었다”라면 “전문 일꾼으로 바꾸었다”로 고쳐쓰며, “담당자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다”는 “맡을 사람을 바꾸었다”로 고쳐씁니다.
대체로 보면 그렇다는 소리이지
→ 그러니까, 그렇다는 소리이지
→ 얼추 보면 그렇다는 소리이지
10년 전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대체로 키가 크다
→ 10년 전 아이들과 견주어서 얼추 키가 크다
→ 열해 앞서 아이들과 대면 거의 다 키가 크다
한자말 ‘大體로’는 “(1) 요점만 말해서 (2) 일반적으로”를 뜻한다는데, ‘요점(要點)’은 “가장 중요하고 중심이 되는 사실이나 관점”이요, ‘일반적(一般的)’은 “일부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전체에 걸치는”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대체로’는 ‘그러니까’로 손볼 수 있고 ‘간추려서’나 ‘그러고 보면’으로 손볼 수도 있습니다. “그 소설이 대체로 어떠한 내용인가 이야기해 보시오” 같은 글월은 “그 소설이 어떠한 줄거리인가 간추려서 이야기해 보시오”로 손볼 만해요. 4341.3.15.흙/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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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 나이를 알고 나면 으레 내가 그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는 얼굴빛이다
“반응(反應)을 보인다”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모습을 보인다”나 “이야기를 한다”나 “얼궃빛이다”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대체 : 가는 댓개비로 쳇불을 짜서 메워 쌀 따위를 쳐내는 도구
대체(大體)로
(1) 요점만 말해서
- 그 소설이 대체로 어떠한 내용인가 이야기해 보시오
(2) 전체로 보아서. 또는 일반적으로
- 소설의 구성은 대체로 시작, 중간, 끝의 세 부분으로 짜인다 /
요즘 아이들은 10년 전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대체로 키가 크다
대체(代替) : 다른 것으로 대신함. ‘바꿈’으로 순화.
대체 방안 / 기존의 인력이 전문 인력으로 대체되었다 /
담당자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다
대체(對替) : [경제] = 대체 계정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