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30. 사진비평이란



  나는 2007년부터 ‘사진책도서관’이라는 곳을 열어서 꾸립니다. 한국에서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던 일이었고, 꾀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사진책으로 도서관을 연다는 생각은커녕 ‘사진책 한 권 장만하기’조차 아직 그다지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진장비로 갈아타는 일은 흔히 하지만, 마음을 밝히거나 눈빛을 키우는 사진책을 즐겁게 장만하는 일은 흔히 안 합니다.


  사진책도서관을 연 뒤부터 저절로 ‘사진비평’을 씁니다. 그러나, 사진과 얽힌 글을 쓸 적에 ‘사진비평’을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진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지 비평을 쓰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 삶을 이루는 생각을 밝히려 할 때에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 사회와 문화가 무엇인가 밝혀서 틀을 지으려고 할 때에 비평이 됩니다.


  이야기와 비평은 다릅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비평(批評)’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여 가치를 논함”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옳고 그름이나 아름다움이나 미움을 살펴서 말하는 일이란 바로 ‘틀짓기’입니다. 틀에 따라서 말하기에 옳거나 그르다고 나누지요. 사진비평을 한다고 할 적에도 어쩔 수 없이 틀에 따라 나누면서 이런 갈래와 저런 흐름에 맞추어 아름답다거나 밉다거나 하고 잘라서 말해야 합니다.


  창작이 있으면 비평이 있기 마련입니다. 창작을 놓고 이렇게 비평하거나 저렇게 비평하면서, 창작한 사람한테 반갑거나 아쉬운 대목을 건드려서, 앞으로도 씩씩하고 힘차게 창작 한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기 마련입니다.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사진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는 셈일까요?


  사진을 이야기한다면, 삶을 이야기한다는 뜻입니다. 사진을 찍는 삶과 사진을 읽는 삶을 이야기한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사진으로 찍을까요? 아주 마땅히 ‘삶’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삶이 없다면 사진도 없습니다. 삶이 있기에 사진도 있습니다. 어느 갈래 사진을 찍든 삶을 찍습니다. 연출을 하거나 만드는 사진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누리거나 가꾸거나 맞이하는 삶이 있기에, 이 삶에 따라 어떤 모습을 사진으로 빚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진책을 잘 안 삽니다. 사진비평을 담은 책은 더더욱 안 삽니다. 그러면, 사진책도 사진비평책도 안 사는 사람들이 잘못하는 셈일까요? 어느 모로 보면 그렇다고도 할 만하지만, 이보다는 사진비평이 이제껏 안 아름다운 길을 걸어왔기에 자꾸 사람들하고 멀어진다고 느낍니다. 사진비평이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사람들은 사진장비에만 마음을 둘 뿐, 사진책과 ‘사진찍기·사진읽기’에는 마음을 못 두리라 느낍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이야기를 씁니다. 사진 작품을 앞에 놓고 이런 틀과 저런 틀로 가르거나 쪼개어 ‘한국말도 아닌 뒤죽박죽 영어와 일본 한자말로 어수선한 비평’을 쓰지 말고, ‘사진이 우리 삶과 어떻게 이어졌으며, 사진 한 장이 어떤 삶에서 태어나 우리한테는 어떤 삶으로 스며드는가 하는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비평’이 옳고 그름을 가르는 틀을 밝히는 말이 아닌, 삶을 밝히는 말로 거듭나야 한다고 느낍니다. 지식과 이론으로만 따지는 ‘비평’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고 가꾸면서 즐겁게 누리는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느낍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사진을 이야기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풋내기도 사진을 즐겁게 이야기하고, 오랫동안 사진길을 걸어온 이도 흐뭇하게 사진을 이야기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가방끈이 길더라도 쉽고 깨끗한 말로 사진을 이야기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허물도 울타리도 없이 서로 어깨동무하는 삶을 이루도록 하는 이야기가 꽃으로 피어날 때에 아름답습니다. 4347.8.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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