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21.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참 많은 사람들이 으레 스스로 말합니다. “나는 사진을 잘 못 찍어요.” 하고. 또는 “나는 사진을 찍을 줄 몰라요.” 하고. 또는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요.” 하고.

  사진은 잘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찍을 줄 모르기에 사진을 못 찍지 않습니다. 사진은 전문가만 찍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다루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참 많은 사람들은 사진찍기처럼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나 노래부르기나 밥하기를 놓고도 이와 똑같이 말합니다. “나는 글을 잘 못 써요.”라든지 “나는 그림을 그릴 줄 몰라요.”라든지 “나는 가수가 아니라서요.”라든지 “나는 요리사가 아니라서요.”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 전문가’나 ‘사진 직업인’이 아닙니다. 전문가나 직업인 가운데에서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으나, 거의 모든 ‘사진 찍는 사람’은 ‘즐김이’입니다. 수수한 사람들이 이녁 여느 삶을 가만히 누리면서 천천히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참말 사진을 천천히 배우면 됩니다. 아이가 어른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걸레질과 빨래와 밥하기를 배우듯이, 또 아이가 어른 곁에서 말을 한 마디씩 배우듯이, 또 아이가 어른 곁에서 몸짓을 배우고 호미질과 칼질과 온갖 삶을 배우듯이, 사진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면 됩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 있을 때에 사진을 찍습니다. 작품이나 예술이 되도록 하자면서 찍기에 사진이 아닙니다. 잘 살펴보셔요. 언제 사진을 찍고 싶나요? 우리 마음에 어떤 모습이 확 와닿으니까 사진을 찍겠지요? 마음 가득 ‘아, 이 모습은 꼭 찍고 싶어!’ 하는 생각이 일어나니까 사진을 찍지요?

  언제 밥을 짓나요? 배고플 때에 밥을 짓습니다. 언제 편지를 쓰나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에 편지를 씁니다. 언제 잠을 자나요? 졸릴 적에 잠을 잡니다. 언제 여행을 떠나나요? 떠나고 싶을 때에 여행을 떠납니다. 언제 사랑을 속삭이나요? 사랑을 하고 싶을 때에 사랑을 속삭입니다.

  사진을 배우고 싶으면 사진을 배워야 합니다. 사진을 배우려면 삶을 배워야 합니다. 스스로 우러나오는 삶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배울 때에, 스스로 즐기거나 누릴 사진을 배울 수 있습니다. 스스로 샘솟는 사랑과 꿈과 생각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깨달을 때에,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알아차립니다. 느낌대로 찍으셔요. 마음대로 찍으셔요. 생각대로 찍으셔요. 우리 삶 그대로 찍으셔요. 4347.7.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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