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998) 양의 7 : 엄청난 양의 전기
서울사람이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전기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동해안이나 서해안에서 송전탑을 거쳐 도달한 에너지다
《이유진-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이매진,2008) 19쪽
서울사람이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전기
→ 서울사람이 쓰는 엄청나게 많은 전기
→ 서울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쓰는 전기
→ 서울사람이 엄청나게 쓰는 전기
→ 서울사람이 엄청나게 써대는 전기
…
전기이든 돈이든 물이든 누구나 ‘씁’니다. 그러니까 전기를 쓰고 돈을 쓰며 물을 쓴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보기글처럼 ‘使用’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분이 꽤 많습니다. 전기도 쓰고 돈도 쓰지만, 말도 쓰고 마음도 씁니다. 한국말 ‘쓰다’를 제대로 쓸 수 있을 때에, 내 넋과 삶을 알차게 북돋웁니다.
그러나 ‘쓰다’ 한 마디를 제대로 살필 줄 안다 하더라도 “서울사람이 쓰는 엄청난 양의 전기”처럼 글을 쓸 분은 어김없이 있으리라 봅니다. 낱말 하나는 잘 가누지만 말투 하나까지 알뜰히 가누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누군가는 낱말이든 말투이든 잘 가누거나 다듬는다지만, 삶이나 살림은 제대로 못 가누거나 못 추스를 수 있습니다. 삶이나 살림은 제대로 추스른다지만 낱말과 말투는 옳게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삶과 살림살이를 알뜰살뜰 일구는 사람이라면, 아직 이녁 낱말과 말투를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느 날 문득 깨닫거나 느끼면서 곧바로 알맞게 가다듬으리라 생각합니다. 삶과 살림살이를 오롯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녁이 흔히 쓰거나 으레 쓰는 낱말과 말투부터 사랑스레 돌보도록 더욱 마음을 쏟으리라 생각합니다. 삶과 살림살이를 슬기롭게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머리로만 낱말과 말투를 살피다가는 지쳐 나가떨어진다든지, 아예 생각조차 안 하며 살아가지 싶어요.
말과 얽힌 지식을 익히는 일은 부질없다고 느낍니다. 지식에 앞서 삶을 일구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지식보다는 살림살이를 보살펴야 아름답습니다. 삶을 아끼면서 낱말을 아낄 때에 즐겁습니다. 살림살이를 사랑하면서 말투를 사랑합니다. 삶과 말은 동떨어지지 않습니다. 삶을 알차게 일구면서 말을 알차게 일구지, 말만 알차게 일굴 수 없습니다. 4344.3.29.불/4347.7.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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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이 쓰는 전기는 엄청나게 많은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동해안이나 서해안에서 송전탑을 거쳐 닿는다
‘사용(使用)하는’은 ‘쓰는’으로 다듬고, ‘도달(到達)한’은 ‘닿은’이나 ‘다다른’으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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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6) 양의 8 : 많은 양의 물
이 과정에는 노동력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물이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실을 만들 때도 염색을 할 때도 상당한 양의 물이 투입됩니다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철수와영희,2014) 16쪽
많은 양의 물이 쓰인다
→ 물이 많이 쓰인다
→ 물을 많이 쓴다
상당한 양의 물이 투입됩니다
→ 무척 많은 물이 들어갑니다
→ 물이 무척 많이 쓰입니다
→ 물을 무척 많이 씁니다
…
부피를 잴 수 있으면 부피를 잽니다. 부피를 잴 수 없으면 부피를 안 잽니다. 늘 그대로입니다. 물을 쓰면서 얼마나 쓰는지 찬찬히 살핍니다. 물을 많이 쓴다면, 언제나 이러한 모습 그대로 “물을 많이 쓴다”고 말합니다. 더도 덜도 아닙니다. 물을 적게 쓴다면, 늘 이와 같은 모습을 살려 “물을 적게 쓴다”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말을 바르게 듣고 바르게 쓸 수 있도록 어른들이 마음을 살뜰히 기울일 수 있기를 빕니다. 4347.7.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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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동안에 노동력뿐만 아니라 물을 많이 쓰는 줄 아십니까? 실을 만들 때에도 물들이기를 할 때에도 물을 무척 많이 씁니다
“이 과정(過程)에는”는 “이러는 동안에는”나 “이동안에는”나 “이때에는”으로 손봅니다. “쓰인다는 사실(事實)을 알고 계십니까”는 “쓰이는 줄 아십니까”로 손질합니다. “염색(染色)을 할 때”는 “물들이기를 할 때”로 다듬고, ‘투입(投入)됩니다’는 ‘듭니다’나 ‘씁니다’로 다듬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