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를 더 많이 얻는 길



  무화과알을 더 많이 얻는 길을 석 달쯤 앞서 배웠다. 아니, 아마 더 일찌감치 배웠을는지 모른다. 그런데, ‘배웠다’고 해야 할는지 잘 모르겠다. 배웠다기보다는 ‘보았다’고 해야 옳지 싶다.


  무화과알을 더 많이 얻으려면 해마다 가지를 뭉텅뭉텅 자르면 된다. 능금알도 배알도 포도알도 이와 같다. 해마다 나뭇가지를 뭉텅뭉텅 잘라 주면 된다. 감알도 이와 같다. 감알을 더 많이 더 크게 얻고 싶다면, 가지를 뭉텅뭉텅 자르면 된다.


  그런데, 나뭇가지를 더 치고 자꾸 쳐야 열매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까. 열매를 더 많이 얻는 길은 오직 이 하나뿐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 열매를 열 알 먹으면 배부른가, 배가 덜 부른가. 열매를 스무 알 먹으면 배부른가, 배가 덜 부른가. 열 알 거둔 열매 가운데 다섯 알을 이웃과 나눌 적하고, 여섯 알이나 일곱 알을 나눌 적하고, 어느 쪽이 배가 부를까. 꼭 스무 알이나 서른 알을 거두어서 열 알이나 스무 알쯤 이웃하고 나누어야 배가 부를까.


  해마다 가지를 끔찍하게 잘린 채 열매를 내놓아야 하는 나무는 오래 살지 못한다. 몇 해 못 살고 죽는다. 열매장사를 하는 이들은 으레 열 해쯤 이렇게 나무를 들볶다가 새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오늘날 열매장사는 나무 한 그루로 열 해 동안 엄청나게 열매를 뽑아내도록 들볶는단다.


  들볶인 나무가 내놓는 열매를 먹는 사람은 얼마나 즐거울 만할까 궁금하다. 들볶인 나무가 피처럼 내뱉은 열매를 먹는 사람은 얼마나 배부를 만할까 궁금하다. 들볶인 닭이 낳은 달걀은 우리한테 얼마나 맛있거나 즐거울까.


  나무 한 그루가 천 해쯤 살면서 나와 내 아이들과 내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이 오래오래 두고두고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길을 헤아려 본다. 나로서는 ‘무화과를 더 많이 얻는 길’은 나뭇가지를 해마다 뭉텅뭉텅 자르는 짓이 아니다. 무화과나무가 우람하게 자라서 푸르게 고운 그늘을 베풀고, 싱그러운 잎사귀를 선보이면서, 곧잘 열매를 맺는 길이라고 느낀다. 천 해에 걸쳐 누릴 열매를 고작 열 해 동안 울궈내고 싶지는 않다. 4347.6.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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