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564) 미소 2-1 : 미소를 지으면서
에이프릴이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아주 멋질 것 같아요!” 아빠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럼 결정됐다.”
《클레어 터레이 뉴베리/김준섭 옮김-에이프릴의 고양이》(시공주니어,1998) 32쪽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 빙긋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
퍽 어린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에 적힌 ‘미소’라는 한자말을 보면서 무척 슬픕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에만 ‘미소’가 쓰이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읽는 문학책에도 ‘미소’는 자주 나타납니다. 더욱이, 방송이며 인터넷이며 이러한 말마디를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널리 퍼지는 말마디요, 깊이 뿌리내린 말마디라 할 만합니다. ‘미소’라 하면 어쩐지 한결 나은 웃음인 듯 여기는 사람마저 있고, ‘미소’라 해야 비로소 예쁜 웃음이라도 되는 듯 생각하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미소 천사 → 웃음 천사
미소 만발 → 웃음꽃 터짐
햇살 미소 → 햇살 웃음
서너 살 적부터 어버이한테서 듣는 말마디가 ‘웃음’이 아닌 ‘미소’라면, 이 아이는 세 살 말버릇이 ‘미소’입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세 살에 길든 말버릇은 여든 살까지 이어집니다. 세 살에 익숙하게 쓰는 말버릇은 여든 살까지 익숙하게 쓰는 말버릇이 됩니다.
아이들하고 웃음을 나눌 때에 웃음꽃이 핍니다. 아이들한테 햇살 같은 웃음을 나눈다면 ‘햇살웃음’이라는 새 낱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봄웃음’이라든지 ‘무지개웃음’ 같은 낱말도 빚을 수 있어요.
생각하면서 북돋우는 말이고, 사랑하면서 살찌우는 말입니다. 생각하기에 보살피는 말이며, 사랑하기에 어깨동무하는 말입니다. 4344.4.30.흙/4347.6.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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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리 얌전히 말했습니다. “엄마, 아주 멋질 듯해요!” 아빠가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럼, 다 됐다.”
“진지(眞摯)하게 대답(對答)했습니다”는 “얌전히 말했습니다”나 “차분히 말했습니다”로 다듬고, “멋질 것 같아요”는 “멋질 듯해요”나 “멋져요”나 “멋지겠어요”로 다듬습니다. “그럼 결정(決定)됐다”는 “그럼 다 됐다”나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자”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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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1) 미소 2-2 : 엷은 미소
석가모니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앉아서 엷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
《강호진-10대와 통하는 사찰 벽화 이야기》(철수와영희,2014) 40쪽
엷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
→ 엷게 웃음만 지었다
→ 엷게 웃기만 했다
→ 엷게 웃었다
…
웃음도 엷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엷다’라든지 ‘가볍다’라는 낱말을 넣으면 으레 “엷은 미소”나 “가벼운 미소”처럼 쓰는 분이 많아요. 왜 이렇게 한국말을 얄궂게 쓸까요. 왜 “엷게 웃다”나 “가볍게 웃다”처럼 한국말을 올바르게 쓰지 못할까요.
책이든 문학이든 대중노래이든, ‘미소’라는 한자말을 차근차근 ‘웃음’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워낙 오랫동안 굳어졌다 하더라도, 앞으로 태어나거나 자랄 아이들을 생각해서 한국말을 올바르게 되찾고 아름답게 살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말을 제대로 되살릴 적에 삶과 사랑을 제대로 되살립니다. 글을 제대로 쓸 적에 생각과 꿈을 제대로 펼칩니다. 말과 글을 제대로 가꾸지 못하면, 사회와 정치와 경제와 교육 모두 제대로 흐르지 못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즐겁게 노래할 만한 낱말로 곱게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빕니다. 4347.6.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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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는 조금도 안 움직이고 그 자리에 앉아서 엷게 웃음만 지었다
‘미동(微動)’은 “약간 움직임”을 뜻합니다. 그러니 “조금의 미동”처럼 적으면 겹말이에요. “조금도 안 움직이고”나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로 바로잡습니다. “엷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는 “엷게 웃읏만 지었다”나 “엷게 웃었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