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서관 아왜나무


  지난날 초등학교였으나 문을 닫은 지 열 몇 해가 지난 곳에 우리 도서관이 있다. 우리 도서관이니 늘 드나들면서 나무를 바라본다. 예전에 초등학교가 있을 적에는 으레 가지치기를 받아야 했을 테지만,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나무는 가지치기에서 벗어난다. 나무결 그대로 자랄 수 있다.

  길가에 퍽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를 눈여겨보는 이웃은 없다. 시골이라 어디에나 나무가 있기 때문일까. 나무를 눈여겨보는 이웃이 없으니, 꽃이 피건 열매가 맺건 쳐다보지도 않는다.

  네 해째 나무이름을 궁금하게 여기다가 유월에 하얗게 올망졸망 달린 꽃을 보고는 사진으로 찍는다. 사진으로 꽃을 찍어서 둘레에 여쭌다. 그리고, ‘아왜나무’라는 이름을 듣는다.

  아왜나무. 이름을 천천히 곱씹는다. 아왜나무는 언제부터 ‘아왜’였을까. 이 나무가 받은 이름은 어떤 뜻일까. 불이 붙으면 거품을 뿜으면서 불을 끈다고 하는 아왜나무라 하니, 어쩌면 이 나무는 ‘거품나무’라고도 할 만하다.

  꽃이 흐드러진 아왜나무 곁을 지나갈 때면 상큼한 꽃내음이 퍼져 발걸음을 멈춘다. 자전거로 달리다가도 ‘아, 상큼하네!’ 하고 느끼면서 얼른 세운다. 잎에도 줄기에도 가지에도 푸른 숨결을 그득 머금었기 때문에 꽃이 피면 더욱 푸른 냄새와 빛을 내뿜으면서 발걸음을 사로잡는지 모른다. 아왜나무가 자라는 곳은 더욱 싱그러우면서 맑은 바람이 불는지 모른다. 4347.6.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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