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80) 눈맞춤

병아리가 어미닭과 첫 눈맞춤을 해요
《김혜형-암탉 엄마가 되다》(낮은산,2012) 116쪽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입을 맞춥니다. ‘입맞춤’은 언제 어디에서 마주하더라도 따사롭고 그윽합니다. 입을 맞추려는 두 사람은 먼저 눈을 맞추지요. 서로를 애틋하면서 살가이 바라봅니다. ‘눈맞춤’을 이루고 나서 입맞춤을 해요. 눈을 맞추는 두 사람 먼저 마음을 맞추어요.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만납니다. 서로가 서로를 어루만지는 마음으로 마주합니다. ‘마음맞춤’입니다.

  마음을 맞추고 눈을 맞추며 입을 맞추는 두 사람은 삶을 맞춥니다. ‘삶맞춤’을 하면서 살림을 꾸립니다. 서로 돕고 거들며 아끼는 동안, 살림살이가 피어납니다. ‘살림맞춤’을 이룹니다.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와 키를 맞추어요. ‘키맞춤’을 하면서 아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노래를 부릅니다. 키맞춤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어버이와 아이는 ‘노래맞춤’과 ‘이야기맞춤’으로 하루가 즐겁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언제나 서로한테 맞춥니다. 억지로 나를 끌어올리거나 낮추지 않습니다. 스스럼없으면서 살가운 눈빛과 마음씨로 하나가 됩니다.

  한국말사전을 들추면 ‘입맞춤’이라는 낱말을 싣기는 하지만 “= 키스”로 풀이해요. 저런, 한국말사전이 한국말사전 아닌 영어사전인 셈이로군요. 다시 ‘키스’를 찾아보면 “성애의 표현으로 상대의 입에 자기 입을 맞춤”이라 풀이하네요. 그런데 왜 ‘입맞춤’이나 ‘키스’가 “성애의 표현”일까요? 어버이가 아이한테 입을 맞출 적에, 또 아이가 어버이한테 입을 맞출 적에, 또 서로 아끼는 두 사람이 입을 맞출 적에 “성애의 표현”일는지요?

 마음맞춤 . 눈맞춤 . 입맞춤 . 삶맞춤
 살림맞춤 . 키맞춤 . 노래맞춤 . 이야기맞춤

  우리는 서로 어떤 ‘맞춤’을 하며 살아갈까 헤아려 봅니다. 우리는 서로 어떤 ‘맞춤’을 할 적에 즐겁거나 사랑스러울까 생각해 봅니다. 때로는 ‘말맞춤’을 하거나 ‘글맞춤’을 합니다. 때로는 ‘생각맞춤’을 하고, 함께 악기를 타면서 ‘소리맞춤’을 해요. ‘꿈맞춤’이나 ‘사랑맞춤’을 하면서 하루가 빛납니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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