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597) 기승


뉴욕에 대한 이 글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48년 어느 여름날 썼다

《엘윈 브룩스 화이트/권상미 옮김-여기, 뉴욕》(숲속여우비,2014) 19쪽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 무더위가 한창 누그러들지 않던

→ 무더위가 한창 들끓던

→ 무더위가 한창 들볶던

→ 무더위가 한창이던

 …



  한자말 ‘기승’은 한국말사전에 네 가지 나옵니다. 먼저 ‘奇勝’이고, “(1) 기묘하고 뛰어난 경치 (2) 뜻밖에 얻은 승리 (3) [북한어] 기묘한 꾀를 써서 얻은 승리”라 합니다. 다음은 ‘氣勝’이며, “(1) 성미가 억척스럽고 굳세어 좀처럼 굽히지 않음 (2) 기운이나 힘 따위가 성해서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음”이라 합니다. 그리고 “起承”은 “[문학] 한시에서, 기구(起句)와 승구(承句)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 하며, ‘騎乘’은 “(1) = 기마(騎馬) (2) 말을 타는 일과 수레에 오르는 일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 합니다.


  이 한자말은 여러모로 쓰임새가 있으니 한국말사전에 실릴 만하지만, 어느 모로 보면 한자를 쓰는 사람한테만 쓸모가 있습니다. 한자를 안 쓰는 사람한테는 쓸모가 없으며, 알아들을 만하지 않아요. 이런 한자말을 쓸 일이 없기도 합니다.


  ‘기묘(奇妙)하다’는 “생김새 따위가 이상하고 묘하다”라 해요. 기승(奇勝)은 기묘로 가고, 기묘는 이상하다와 묘하다로 가요. 그러면, ‘이상’과 ‘묘’는 또 어디로 갈까요? 왜 한자말은 이렇게 돌림풀이가 되어 다른 한자말로 이어질까요? 처음부터 또렷하고 쉽게 한국말로 쓰면 넉넉하지 않을까요?


  말을 타는 일을 ‘기승’이라 할 까닭이 없이 ‘말타기’라 하면 됩니다. 한시 이야기는 한문학사전에서 다룰 노릇이고, 한국말사전에서는 빼야 올바릅니다. 굽히지 않거나 누그러들지 않는 모습을 가리키는 한자말 ‘氣勝’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4347.5.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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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다룬 이 글은 무더위가 한창 들끓던 1948년 어느 여름날 썼다


“뉴욕에 대(對)한”은 “뉴욕을 다룬”이나 “뉴욕을 이야기하는”으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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