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79) 눈물밥


분노와 절망이 바닥을 칠 때도 배가 고팠다 / 눈물밥을 삼킬 때조차 / 혀끝을 돌려 맛을 기억했다

《함순례-혹시나》(삶창,2013) 50쪽


  사람들은 흔히 “눈물 젖은 빵”을 이야기합니다. 다만, 이런 말은 ‘빵’이라는 먹을거리가 이 나라에 들어온 뒤에 나타납니다. 빵이 이 나라에 없었을 적에는 이런 말을 아무도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빵이 없었으니 빵을 말할 수 없어요.


  지난날에는 어떤 말을 했을까요? 아무래도 “눈물 젖은 밥”을 이야기했으리라 생각해요. 밥 한 그릇을 앞에 놓고는 눈물을 삼키면서 밥을 먹습니다. 밥 한 그릇을 두 손에 쥐고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이리하여 ‘눈물밥’이에요.


  한국말사전에 ‘눈물밥’이라는 낱말은 안 나옵니다. ‘눈물빵’이라는 낱말도 안 나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낱말을 앞으로 한국말사전에 실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눈물밥 . 눈물빵

 웃음밥 . 웃음빵


  더 생각해 보면, 웃으면서 먹는 밥인 ‘웃음밥’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슬픔과 아픔을 삼키면서 먹는 밥이 눈물밥이라면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면서 먹는 밥은 웃음밥입니다. 그리고, 삶을 노래하면서 먹는 밥은 ‘노래밥’이라 할 수 있고, 사랑을 빛내면서 먹는 밥은 ‘사랑밥’이라 할 수 있어요. 4347.5.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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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 나고 아파서 바닥을 칠 때도 배가 고팠다 / 눈물밥을 삼킬 때조차 / 혀끝을 돌려 맛을 떠올렸다


“분노(憤怒)와 절망(絶望)이”는 그대로 둘 수 있어요. 이 낱말을 쉽게 풀어 본다면 “성이 나고 아파서”처럼 쓸 수 있습니다. ‘기억(記憶)했다’는 ‘떠올렸다’나 ‘되새겼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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