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5.8.

 : 저물녘에



- 저물녘에 자전거를 탄다. 많이 졸린 아이들이 도무지 잠들려 하지 않으면서 서로 툭탁거리기도 하고, 곁님이 네모빵을 사 달라 하기도 해서, 자전거를 탄다. 이 아이들은 면소재지로 나들이를 가서 과자 한 봉지씩 품에 안으면 어느새 툭탁질을 잊거나 멈출 테지. 서로 과자를 나누어 먹으면서 “맛있다. 맛있지?” 하고 웃으리라.


- 시골은 저녁에 서늘하다. 오늘날 시골은 찻길이 모두 아스팔트나 시멘트요, 마을 고샅도 모조리 시멘트이다. 그렇지만 시골인 터라 흙이 많고 풀과 나무도 곳곳에 있다. 이와 같은 삶터에서는 오뉴월 더위라 하더라도 저녁에는 찬바람이 분다. 집안에서는 홑옷차림으로 뛰놀며 덥다고 외치는 아이들이지만, 저물녘 자전거를 타야 하는 만큼 두툼한 겉옷을 챙겨 입힌다.


-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왜 깜깜해지는데 자전거를 타?” “저녁에는 저녁바람을 쐬고 별도 보려고 타지.” “깜깜해지면 제비들도 자?” “그럼, 제비들도 깜깜해지면 코 자고, 아침에 해가 뜨면 다시 일어나지.” 자전거에 씌운 덮개를 벗길 적에 우리 집 제비들이 마당을 빙빙 돌았다. 아이들은 제비춤을 보면서 까르르 웃고 좋아했다. 이 제비들은 왜 안 자느냐고 묻는 말이다. 그러나, 제비들은 잠들기 앞서 마지막으로 신나게 날갯짓을 하지.


- 경운기를 탈탈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할배가 있다. 큰아이가 큰소리를 내며 인사한다. 어둑어둑한데 논에서 아직 일을 하는 할배가 있다. 큰아이는 또 큰소리를 내며 인사한다. 일곱 살 큰아이는 얼마나 인사를 잘 하는지, ‘인사순이’라고 할 만하다. 큰아이가 샛자전거에서 큰소리로 인사를 하면 작은아이는 수레에 앉아서 누나 말을 따라한다.


- 면소재지를 거쳐 집으로 돌아온다. 큰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문득, 동생을 부른다. “보라야, 너도 노래 불러 봐. 큰소리로. 보라 너는 폴리 좋아하지? 폴리 노래 불러 봐.” 노래하는 자전거가 저물녘 시골길을 달린다. 별이 하나둘 돋는 시골길을 노래자전거가 달린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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