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596) 시작 42 : 휘파람을 불기 시작
그때부터 / 보름달이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정호승-참새》(처음주니어,2010) 58쪽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 휘파람을 불었다
→ 휘파람을 분다
…
아이들이 읽도록 어른이 쓴 동시에 ‘시작’이라는 한자말이 들어갑니다. 이런 낱말을 아이들이 읽거나 배워야 하느냐를 찬찬히 헤아리는 어른은 몹시 드물리라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어른 스스로 익숙한 대로 이 말 저 말 두루 씁니다. 아이들이 여러 말을 두루 들으면서 더 많이 배워야 하는 줄 여깁니다.
그렇지만, “아기가 젖을 먹어요.” 하고 말하지 않으면서 “아기가 젖을 먹기 시작해요.” 하고 말해야 할까 생각할 노릇이에요. “우리는 밥을 맛있게 먹습니다.” 하고 말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밥을 맛있게 먹기 시작합니다.” 하고 말해야 할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와 “휘파람을 불었다”는 뜻이나 느낌이 다르다 여길 수 있습니다. 이 글만 떼어놓고 보면 “이제부터 휘파람을 분다”나 “이제 막 휘파람을 분다”처럼 꾸밈말을 한 마디쯤 넣어야 뜻이나 느낌이 비슷하다 여길 수 있어요. 그런데 보기글을 보면 글 맨 앞에 ‘그때부터’가 있어요. 곧, 꾸밈말이 글 앞에 있으니 ‘시작’이라는 낱말은 따로 안 넣어도 되는 셈입니다.
동시는 문학으로 아이들한테 즐거운 이야기이면서, 아이들이 말을 새롭게 배우도록 돕는 길잡이 구실을 합니다. 짤막한 글 한 줄이라 하더라도 더 마음을 기울여, “휘파람을 분다”처럼 여느 말씨로 적으면 우리 말법과 말투를 한껏 잘 살린다고 할 만합니다. 4347.5.9.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때부터 / 보름달이 휘파람을 분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