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고르는 책읽기


  이웃 할매가 이녁 논 가장자리에 쌓인 돌을 함께 치우자고 말씀한다. 마을에 상수도를 놓는다며 군청에서 공사를 벌이고 고샅길을 새로 시멘트로 덮으면서 시멘트 조각과 덩어리와 돌이 할매네 논에 잔뜩 떨어졌다. 공사를 하는 이들은 논에 돌이랑 시멘트를 떨어뜨리고는 하나도 안 치웠다. 돌무더기와 시멘트덩이를 이래저래 주워 우리 집 무너진 돌담을 쌓을 적에 쓰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나는 처음에 큰 돌만 골랐다. 할매는 작은 돌을 많이 골라 준다. 큰 돌을 가져가는 만큼 작은 돌도 치워야 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돌담을 쌓으면서 보니 작은 돌이 꽤 많이 든다. 큰 돌로만 돌담을 쌓지 못한다. 큰 돌을 얹으면서 생기는 틈에 작은 돌을 끼워맞춰야 한다.

  너무 마땅한 일인데 내가 생각을 못 했다고 해야겠지. 어찌 큰 돌로만 돌담을 쌓겠는가. 그동안 돌담을 여러모로 손질하면서 느끼기도 했는데, 왜 돌을 주울 적에는 잊었을까.

  마당 한쪽에 돌을 잔뜩 쌓았다. 푸대에 담아 손수레로 나른 돌이 무척 많다. 시골에서 공사하는 이들이 남긴 찌꺼기 또는 쓰레기가 이토록 많다는 뜻이면서, 시골에서 공사하는 이들이 논자락에 돌을 함부로 버리는 마음이 이렇게 얄궂다는 뜻이로구나 싶다. 공사 일을 하는 이들은 흙을 일구지 않겠지. 그러나 공사 일을 하면서 바깥에서 밥을 사다 먹겠지. 밥집에서 차려 주는 밥은 어디에서 누가 거둔 쌀일까. 4347.5.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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