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74) 존재 174 : 존재하는 이유


이 도시의 장벽 안에 적지 않은 인구가 존재하는 이유 역시 이런 후한 선물 때문이다

《엘윈 브룩스 화이트/권상미 옮김-여기, 뉴욕》(숲속여우비,2014) 21쪽


 적지 않은 인구가 존재하는 이유

→ 적지 않은 사람이 사는 까닭

→ 적지 않은 사람이 있는 까닭

 …



  보기글은 영어를 한국말로 제대로 못 옮겼지 싶습니다. ‘인구’는 통계 숫자를 가리킵니다. 통계 숫자가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서울에는 천만의 인구가 있다”고 쓰는 글은 올바르지 않아요. “서울은 인구가 천만이다”라 하든지 “서울에는 천만이(천만 사람이) 산다”라 해야 올바릅니다. 그러나 어설픈 글이 자꾸 나타납니다. ‘인구’라는 낱말을 그대로 살리고 싶다면 “이 도시에 인구가 적지 않은 까닭”으로 손보고, 한국말로 알맞게 적자면 “이 도시에 사람들이 적지 않게 사는 까닭”으로 손봅니다. 4347.4.25.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도시에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는 까닭 또한 이렇게 넉넉한 선물 때문이다


“이 도시의 장벽(障壁) 안에”는 ‘이 도시가 드리운 장벽 안쪽’을 가리킵니다. 토씨 ‘-의’만 덜 수 있고 “이 도시 울타리에”로 손볼 수 있으며, “이 도시에”라고만 적을 수 있습니다. “인구(人口)가 존재하는”은 여러모로 말이 안 됩니다. “사람이 있는”이나 “사람이 사는”으로 고쳐야 합니다. ‘이유(理由)’는 ‘까닭’으로 다듬고, ‘역시(亦是)’는 ‘또한’으로 다듬으며, ‘후(厚)한’은 ‘넉넉한’이나 ‘너그러운’으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