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읽는 어른으로 살기



  많은 어른들이 어릴 적부터 만화를 ‘재미있고 즐거운 노래가 흐르는 이야기빛’인 줄 느끼지 못한 채 자랐다고 느껴요. 입시지옥과 대학천국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채, 만화는 마치 불온도서인 양 여긴 교사와 학부모 등쌀에 시달리면서, 만화에 깃든 넋을 제대로 못 받아먹으며 살아왔다고 느껴요.


  우리가 즐겁게 보는 웬만한 일본 만화영화는 한국사람이 밑그림과 채색까지 다 해요.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는 아름다운 창작만화가 꽃피우지 못합니다. 값싼 노예나 기계처럼 ‘일본 만화영화 그리기’만 하는 한국이에요. 이런 모습을 읽는다면, 이번 세월호 사고도 괜히 터진 일이 아닌 줄 알아채리라 생각해요.


  한국 만화에서는 요즘 들어 더더욱 물빛 이야기가 흐르는 작품이 매우 드물어요. 일본에서는 이런 만화가 참 많아서 반가우면서, 한편으로는 쓸쓸합니다. ‘일본 만화영화 그리기’를 벗어나서 ‘우리 이야기 그리기’로 나아가지 못하니까요. 그릴 이야기가 많고, 나눌 사랑이 많으며, 어깨동무할 꿈이 많을 텐데, 이 길을 걷지 못하니까요.


  지구별 이웃이라는 생각으로 일본 만화책을 읽습니다. 예쁜 이웃이 바다 건너에 있거니 여기면서 일본 만화책을 읽습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예쁜 이웃 이야기를 만화책으로도 그림책으로도 사진책으로도 만나고 싶습니다. 학습만화나 지식그림책이 아닌, 예술이나 문화가 아닌, 삶을 사랑하는 꿈을 꽃피우는 만화와 그림과 사진과 글을 만나고 싶습니다. 4347.4.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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