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50] 새봄을 마신다
― 네 식구가 걷는 길

 


  자가용이 있으면 읍내로 나갈 적에 군내버스 때를 살피지 않아도 되겠지요. 자가용이 있으면 먼 데로 마실을 갈 적에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땀을 빼지 않아도 되겠지요. 자가용이 있기에 더 낫거나 덜 낫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다만, 자가용이 없이 지내면서 네 식구가 함께 들길을 걸어갈 적에 두 다리를 더 잘 느낍니다. 땅과 흙을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풀잎을 스치는 바람을 고즈넉하게 맞이합니다.


  자가용으로 빠르게 달릴 적에는 둘레를 살피지 못합니다. 두 다리로 걸을 적에는 언제나 우뚝 서서 한참 들꽃 한 송이를 들여다보곤 합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빨리 가야 하지 않습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모두 우리 삶자리입니다.


  네 식구가 나란히 걷다가 들꽃을 보려고 혼자 살그마니 걸음을 멈춘 뒤에 천천히 좇아가는데, 곁님과 큰아이와 작은아이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자라는 결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큰아이는 씩씩하게 가방까지 메면서 잘 걸어요. 작은아이도 웬만한 길은 콩콩 뛰듯 걷습니다.


  아이들은 걸으면서 큽니다. 아이들은 걸으면서 냄새를 맡습니다. 아이들은 걸으면서 햇볕을 먹습니다. 아이들은 걸으면서 생각을 키웁니다. 아이들은 걸으면서 노래를 합니다. 아이들은 걸으면서 웃습니다.


  해와 바람과 비와 흙과 풀이 살찌우는 숨결이 감도는 길을 네 식구가 함께 걷습니다. 아이들이 걸으면서 크듯이, 어른도 걸으면서 커요. 어른도 걸으면서 풀내음을 맡고, 햇볕이 어떤 맛인가 헤아리며, 생각을 넓힙니다. 어른도 씩씩하게 걷는 동안 새롭게 노래를 하고 웃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4347.4.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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