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계획서’를 쓰다 (사진책도서관 2014.4.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어제 ‘도서관 계획서’를 썼다. 마무리지은 계획서를 여러 차례 되읽은 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로 보낸다. 이 계획서를 어떻게 받아들일는지 모른다. 아하 이렇구나 이렇게 나아갈 때에 아름다운 도서관이 되겠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기다릴 뿐이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을 쓸고 치우다가 딸기밭으로 간다. 우리 도서관 딸기밭은 씨앗을 뿌려서 돌보는 밭이 아니고, 들딸기 스스로 조금씩 퍼지는 딸기밭이다. 이곳에서 들딸기를 거두어 먹으면서 다 먹지는 않는다. 때를 놓친 녀석이나 조금 작다 싶은 아이는 휙휙 이곳저곳으로 던진다. 씨앗이 되어 흙에 깃든 뒤 이듬해에 새롭게 씩씩하게 자라라는 뜻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들딸기가 꽤 퍼질 만했을 텐데 좀처럼 퍼지지 못했다고 느낀다. 우리 식구가 이 폐교 자리에 도서관을 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들딸기가 이곳저곳으로 퍼진다.


  이 마을 할매 누군가 이곳 들딸기를 훑기는 하는데, 모조리 훑기만 할 뿐 남기지 않고 다 가져가기만 하니 들딸기가 널리 퍼지지는 않았으리라 느낀다. 훑으면서 좀 남기기도 하고 이곳저곳에 던져 놓기도 해야 비로소 두루 퍼져서 이듬해에 훨씬 알뜰히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시골 어르신이 ‘몰라서’ 이렇게 안 할까. 아니다. 모르지는 않으리라. 어느새 버릇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흙을 보듬으며 아끼는 삶을 꾸린다고 하지만, 가난하며 고된 일에 치인 나날이 있고, 새마을운동 때부터 농약과 비료로 땅을 괴롭히는 농업에 길든 탓이다. 옛날에 어느 누가 씨앗 한 톨 안 남기고 모조리 훑는가. 콩 석 알 이야기가 있듯이, 들딸기를 훑을 적에도 모두 훑지 않는 법이다. 왜냐하면, 사람만 먹지 않으니까. 새도 먹고 쥐도 먹으니까. 개미도 먹고 풀벌레도 먹는다. 들딸기 둘레에는 그야말로 온갖 목숨이 찾아들어 조금씩 배를 채운다. 들판에서 이삭을 조금씩 남겨 새들이 겨울나기 하면서 쪼아먹도록 했듯이, 들딸기도 들짐승이 나누어 먹도록 남기기 마련이다. 까치밥으로 감을 남기잖은가. 그러나, 요새는 까치밥 남기는 시골이 줄어든다. 자꾸 사라진다. 마을에 들고양이한테 밥을 챙겨 주는 분이 있지만, 다 챙겨 주지는 않는다. 들개한테 밥을 주는 분이 있으면, 모르는 척하는 분이 있다.


  하얗게 꽃잔치 이루는 들딸기밭을 바라본다. 딸기꽃을 보니 즐겁다. 우리 도서관이 신안으로 옮긴다면 들딸기알을 한 줌 챙겨서 그곳에도 뿌려야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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