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글과 아침밥

 


  오늘까지 마감글을 셋 써야 한다. 글 한 꼭지는 이제 막 마무리를 지었고, 두 꼭지를 더 쓰면 된다. 글을 바란 곳에서는 다음주까지 쓰면 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 네 식구는 이튿날 아침에 먼 마실을 가야 하니, 오늘까지 글을 끝내고 마실길을 나서야 한다. 마감글을 쓰기에 다른 글을 안 쓰지 않는다. 다음달까지 끝내야 할 글꾸러미가 있어 날마다 이 글꾸러미를 조금씩 쓴다. 이듬해에 내놓을 책에 넣을 글도 틈틈이 쓴다. 도서관일기를 쓰고 아이들과 살아가며 지내는 이야기를 쓴다. 책으로 내주는 곳이 없어도 사진비평을 쓴다. 지난 12월에 새로 태어난 사진잡지에서는 내 사진비평을 고맙게 실어 준다. 잡지사에 보낼 사진비평은 어제 써서 보냈다. 밥을 끓이면서 글을 만진다. 밥불을 끈 뒤 달걀을 삶으며 글을 붙잡는다.


  오늘 먹을 풀을 뜯어야지. 얼른 밥상을 닦고 차근차근 차려야지. 아이들이 어지른 부엌과 방과 마루도 치워야지. 작은아이는 마당에서 혼자 쉬하는 놀이를 하다가 바지를 두 벌 버리네. 네 살 작은아이가 이제 혼자서 바지를 벗고 입을 줄 아니 손이 덜 간다. 숨을 돌린다. 쪽파를 다져야겠고, 밥과 국 말고 어떤 반찬을 올릴까 생각에 잠긴다. 이러면서, 남은 마감글 두 가지를 어떻게 엮을까 헤아린다. 4347.4.1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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