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49] 꽃빛을 담는 하루
― 시골에서는 누구나 꽃사람
읍내에 저자마실 가는 길입니다.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기다립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이리 달리고 저리 뜁니다. 사월로 접어든 시골마을은 온통 유채물결입니다. 옛날부터 유채물결은 아니었을 텐데, 시골에서는 경관사업을 한다며 늦가을논에 유채씨를 뿌려요. 늦가을에 유채씨를 뿌리면 겨울부터 조금씩 싹을 틔우면서 잎을 내놓고, 봄에는 노란 꽃물결이 찰랑입니다.
집에서도 늘 꽃빛을 누리지만, 집 바깥으로 나와서 조금만 걸어도 어디에서나 꽃내음이요 꽃잔치입니다. 아이들은 이리 보아도 꽃이고 저리 보아도 꽃인 마을에서 꽃아이가 됩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면, 읍내도 도시와 똑같습니다. 시골 읍내도 아스팔트 찻길입니다. 시골 읍내는 도시와 견주면 자동차가 적으나, 도시처럼 자동차 때문에 둘레를 잘 살펴야 하고,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에 귀를 막아야 해요. 아이들은 자동차 때문에 즐겁게 뛰놀거나 내달리지 못합니다. 걸어서 움직일 적에도 이곳저곳에 함부로 세운 자동차 때문에 고단합니다.
시골이라 하더라도 읍내나 면소재지는 시골이 아니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시골이라면 들과 숲과 내와 골짜기가 있어야 시골이 된다고 느낍니다. 풀이 돋을 빈터가 있어야 시골이고, 나무가 자랄 숲이 있어야 시골이며, 꽃물결을 이루는 들이 있어야 시골이지 싶어요.
시골에서는 누구나 꽃사람이 되리라 느낍니다. 풀꽃을 보고 들꽃을 보며 나무꽃을 봅니다. 풀꽃에서 풀꽃내음을 맡고, 들꽃에서 들꽃내음을 먹으며, 나무꽃에서 나무꽃내음을 맞아들여요.
꽃빛을 담는 하루가 흘러 삼월이고 사월이며 오월입니다. 곧 딸기꽃이 지면 딸기알이 굵겠지요. 딸기알이 굵는 늦봄부터 아이들은 손과 입이 새빨갛게 물들겠지요. 바람이 쏴아 불면서 아이들은 사월내음을 실컷 들이켭니다.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4347.4.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