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계획서’를 써서 보내기
신안군에서 우리 도서관을 옮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쉽게 말할 수 없는 일이라 이레쯤 겨를을 두어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하루 더 있으면 우리 생각을 말해야 한다. 하루를 앞두고 글을 쓴다. 우리 도서관이 지난 여덟 해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기나긴 해 걸어갈 길을 헤아린다.
신안군청에서 우리 편지를 어떻게 생각할는지 아직 알 수 없다. 모두 받아들여 줄 수 있고, 몇 가지만 받아들일 수 있겠지. 그런데, 큰 줄기에서 우리가 바라는 대목을 이룰 수 없다면, 우리는 도서관을 고흥에서 신안으로 옮길 수 없다. 열 가지를 간추려서 적었는데, 이 이야기들을 즐겁게 받아들여 주기를 빈다. 이 가운데 다섯째 이야기까지는 참말 아주 크다. 4347.4.8.불.ㅎㄲㅅㄱ
1. 책과 숲이 함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하고 싶다
2. 전기와 난방을 자급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하고 싶다
3. 구조변경이나 시설공사를 할 때에 생태와 환경을 헤아리면 좋겠다
4. 빽빽한 얼개가 아닌 넉넉하고 여유로운 환경으로 하고 싶다
5. 수도물 아닌 지하수를 쓰고 싶다
6. 처음 우리한테 보여준 폐교 자리는 아무래도 어렵다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