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3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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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릴 때 "네가 시골 살아서 그렇지 서울 살았으면 맨날 너 잡으러 다녔을 거다."라고 하셨는데, 살면 살수록 그 말이 내게 딱 맞다. 강력한 덕질 유전자를 보유한 지라 어디에든 빠지지 않으면 삶이 재미가 없다. 그렇게 중드에, 책에, 배구에, 야구에 빠지더니 지금은 쇼핑라방에 빠졌다. 빠지는 곳이 여럿이면 자연 한두 군데에는 소홀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쇼핑라방과 중드에 좀더 치중한 삶을 살다보니 자연 책에 소홀하다. 올해 읽은 책이 30권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책에 관한 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티가 난다. 하지만 사람이 늘 같은 모양으로 살면 무슨 재민가, 올해는 이런 모습으로 살기로 한다. 내가 원래 정신승리 영재다.


그렇다고 책을 멀리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한 달 독서량이 반토막이 났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평균치에는 훨씬 웃돌고, 독서모임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다이어리에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독서하는 습관은 여전하다. 다만, 그것에 대하여 묵히고 글로 푸는 일이 멈췄을 뿐이다. 그것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오늘은 이언 맥큐언의 [속죄]에 대해 쓰고자 한다.


매달 만나는 독서 모임에서 아주 감사하게도 우리집 책장 파먹기를 주제로 책을 선정하여 모임을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 달엔 밀란 쿤데라 책이 많다고 하자고 제안했는데 하필이면 없는 [농담]을 골라 당황했지만, 이달엔 이언 맥큐언의 [속죄], 다음달 엔 필립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책장 확인 후 선정했다. 현재 판매 중인 [속죄]는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지만 내가 가진 책은 초판 17쇄본으로 2014년에 구매한 후 10년이 넘게 책기둥만 바래졌을 뿐 이번에 처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책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사를 여러 번 다니면서도 책기둥이 허얘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책장에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게 갸륵했다.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1부를 읽으면서, 나는 모든 인물에게 세심함을 발휘하는 작가를 느꼈다. 아마 읽는 나이에 따라 공감이 더 되고 덜 되는 정도가 다를 것 같은 건 읽는 사람의 사정일 뿐 작가는 모든 인물의 사정을 다 보듬어 지면을 할애했다. 브리오니의 정체성으로 대변되는 '글쓰기'에 대해 서술한 많은 문장들을 읽으며 이언 맥큐언 자신이 소설이라는 장르에 가지는 애정과 책무에 대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버지니아의 [파도]를 언급한 부분에서 이런 나의 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의 작곡가가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쓸 수 없듯이 현대의 소설가는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토대로 하는 소설을 쓸 수 없다. 지금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생각과 인식 그리고 마음이었다. ---(중략)---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를 세 번이나 읽은 그녀는 인간 본성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종류의 소설만이 그 변화의 본질을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그 흐름을 읽어낼 수 잇따면, 그리고 그 흐름을 균형 잡힌 구도 속에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문학사에 길이 빛날 없적이 될 것이다. (394쪽)


이 소설의 화자인 브리오니는 자신이 철없이 저지른 막대한 죄를 속죄하기 위해 이야기를 새로 짓는다. 하지만 속죄가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속죄하기 위해 노력한 브리오니만이 있을 뿐이다. 이는 당연하지만 많이 잊고 사는 사실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속죄를 한다며 결국은 자기 마음 편하자는 행동을 하고는 한다. 애시당초 속죄는 가능하지 않은데, 용서를 구하는 제스처로 속죄의 시늉만 하려고 한다. 브리오니는 어떠한가? 그녀 역시 언니 세실리아와 연인 로비의 인생을 구덩이에 몰아넣은 죄를 글의 형식을 빌려 속죄의 시늉만 한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50여 년을 마음 속에 죄책감을 갖고 살아온 브리오니의 태도만큼은 시늉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녀의 속죄 노력에 대해서는 폄훼하지 못하겠다. 악마같았던 소녀 시절이었지만 그 꼬마 악마를 그냥 두고 본 어른 악마들에 비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나는 브리오니 만큼은 커녕 발끝도 못 따라갔을 것이다.


소설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마음을, 진실을 말할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일단 그렇게 쓸 수 있다. 음악가는 음악가대로 화가는 화가대로, 가수는 가수대로 그럴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을, 만약 속죄의 노력을 해야한다면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을까? 나 역시 글일 지도 모르겠지만 브리오니만큼 솔직하게는 어려울 것 같다. 문득, 에세이를 투고할 때 받은 피드백이 떠오른다. 에세이는 자기 이야기가 더 드러나야한다는 말. 아마 대단한 작가들은 그 과정을 한 번은 거쳐야 그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을 터이고 이언 맥큐언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건 그 역시 그 과정을 분명 겪었을 거라 짐작하게 한다.


[속죄]는 속죄의 가능 여부부터, 작가의 소명, 밀란 쿤데라의 [농담]에서처럼 아픈 시대 안에서 더 처참해지는 개인의 운명까지 느끼게 했다. 영화 <어톤먼트>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모임의 구성원들이 모두 영화도 영화대로 좋다는 평가에 도리어 잠시 미뤄두게 된다. 이렇게 글을 뱉고 좀더 소설을 내 안에서 묵힌 다음에 영화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의 죄를 지니고 산 브리오니와 마음의 죄를 무시하고 산 롤라와 폴, 누구의 삶이 더 행복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롤라와 폴일 것이다. 나도 아마 그들처럼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브리오니는 이언 맥큐언은 그런 삶을 살지 않았다. 그들은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을 되돌리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소설가라는 것, 그들이 쓴 소설이 이토록 위대한 것이라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깨닫는다.

책을 읽으며 초반에 인물 관계도를 그려달라고 AI에게 부탁했다. 초반에 그린 것이라 추후에 추가된 관계에 대해서는 표현되지 않았으나, 도리어 그것이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에 공유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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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6-04-2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죄는 두번 읽었는데 좋았어요.
농담도 공산주의자도 다 좋은 책이네요.^^
 

몇 달 전, 지인이 근무하는 대학도서관에 다녀왔다. 그 전까진 당당히 회원증을 찍고 드나들던 곳인데 지금은 방문자의 자격일 뿐인 점이 괜히 서운했다. 자격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구나 새삼 생각했다.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서가 구경을 하였는데 대학 도서관도 중국소설이 많지 않아 또 서운했다. 힝,,,,,
그러던 중에 발견한 책이 김용의 [연성결]이다. 예전 중원문화사에서 [벽혈검] 등과 묶여나왔다 금세 절판된 책인데 여전히 종이책은 절판이고 전자책은 있는 듯하다. 지역 도서관 제휴 전자도서관에도 있더라만 그래도 종이책을 읽을 수 있다면 선택은 종이책이다. 지인 찬스로 2권을 빌려와 읽는데, 1권을 끝내면서부터는 드라마도 같이 보는데 사조삼부곡과 달리 최근작이 없다. <축옥>과 <월린기기> 두 작품에서 세련된 영상을 본 터였지만 그래서 우직한 무협이 오히려 신선했다.

내용은 여타의 무협소설과 비슷하다. 주인공은 좀 어리버리하지만 순수하고 정의로운데, 세상의 탐욕은 그를 해하려하니 결국 그가 고수가 될 수밖에! 아직은 책도 드라마도 보는 중이지만 결국 그가 연성검법을 깨치고 절대고수가 되겠지....그나저나 척장발은 어디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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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4-2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윰님, 중국 문학을 좋아하시나 봐요.저도 중국 문학(공산화 이전 문학)을 좋아하는데 어느 장류의 작품을 주로 읽으시는지 궁금해 집니다.저도 무협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대학 도서관에는 무협소설을 포함한 중국 소설이 그다지 많지 않을 거에요.일단 50년대 이후 홍콩 대만 문학은 무협 문학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한국에선 비주류라 그닥 선호되지 않고 공산화이후 본토 중국문학 역시 이념적 성격이 강해서 그닥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런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축옥을 보신것 같은데 넷플릭스 순위 조작 논란이 있는 작품이지만 근래에 여러편 본 중국 드라마중 그나마 황당무게한 설정이 가장 덜해서 보기가 무척 수월한 작품이더군요^^
 

바로 전날까지, 피곤하긴 했지만 활력 넘치게 생활했는데 일요일 아침 깁자기 근육통이 심해졌다. 아마 너무 싸돌아다닌 탓인가 했을 뿐인데 점점 아파오더니 오후가 되니 오한이 밀려오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남편이 오고 나서야 야간진료하는 병원에 갔더니 열이 40도란다. 독감 코로나 다 안 나왔지만 증상으로 보아 독감이라는 의사 소견 하에 독감 수액 등 처방을 받고 나서야 열이 내리기 시작했다.

독감은 전염성이 강해 병가를 이틀 내고 집에 있자니 차츰 오한과 고열이 잡혀갔다. 다만 코믹힘과 가래, 인후통이 심해졌다. 전날만큼은 아프지 않았고 오전까지는 집단구타 당한 느낌처럼 아팠는데 그것마저도 조금씩 좋아졌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토록 사람을 무너뜨리는 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라니,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전날까지의 활력을 모두 제로로 만들다니. 무서워졌다.

내 경우는
1-2일째는 오한과 40도 고열, 근육통
2-3일째는 코막힘과 가래, 인후통이다

집에 해열진통제를 모두 누울 자리 주변에 두면 좋겠다. 그걸 먹으러 갈 기운이 없어 하루를 꼬박 앓았다. 바이러스, 이 무서운 놈.

읽어보고 싶은 책을 추가한다. 코로나 이후에 신간이 적은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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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4-21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뵈니 아침에는 무척 쌀쌀한데 낮에는 더워서 옷차림 때문에 감기 걸리기 딱 좋더군요.헤윰님도 환절기에 건강을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그렇게혜윰 2026-04-24 19:34   좋아요 0 | URL
요즘 주변에 일반 감기 환자도 정말 많아요. 카스피님도 건강 꼭 챙기세요!
 
다시 보는 초중고 수학 - 학교 수학부터 시작하는 어른의 수학 공부
이상엽 지음 / 김영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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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행따라 어른의 수학공부 하는 중이다 ㅎㅎㅎ
수학을 좋아해서 대학 가고도 수학 문제집을 풀던 내가 중딩 아들 문제집 보고도 멍한 걸 보고 허무했는데, 지금 개념 공부 조금씩 하다보니 재밌고, 이제야 겨우 내가 수학을 좋아했다는 게 믿어졌다 ㅎㅎㅎ 그치만,
다 새롭다!

다항식 장제법이라는 게 있었어? 조립제법은 내 보기엔 내일이면 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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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3-0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게 있었어요? 조립제법은 들어봤는데 장제법은 처음 듣고….

그냥 잘 전개하면 되는거 아닌가….

그렇게혜윰 2026-03-06 16:09   좋아요 0 | URL
조립제법 신기함 ㅎㅎ

2026-03-09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 - 말보다 깊은 눈빛, 양조위의 삶·사랑·작품
주성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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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디에 93이 들어가는 건
내가 93년생이라는 뜻도 93학번이란 뜻도 아니다.
양조위를 사랑하기 시작한 그때이다.

남들이 팝을 들을 때
이티엔이아롄 이예니옌쓰엔
을 흥얼거린 그때 말이다.

주성철 기자가 드디어 양조위 책을 냈구나.
아무튼 장국영만 있어 서운했는데
양조위 책이 나왔다!!

그나저나 테이프 하나는 비어있다. 어디로 사라진 건지 볼 때마다 속이 쓰려온다.


어디선가 ai시대의 글쓰기는 작가의 생활과 일치되어야 할 거라는 말을 읽었다. 책과 사람이 다른 게 금방 들통난다고. 난 그점에는 자신이 있네 ㅋㅋㅋㅋㅋ
양조위에 대한 이런 나의 애정도 [중드 보다 중국사]에 들어갔다^^ 사랑합니다. 지금도 사랑하는 유가령과 겨울산을 다니는 당신의 건강함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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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3-04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인가 신작 개봉한대요. <침묵의 친구 Silent Friend>

그렇게혜윰 2026-03-04 07:11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전에 왕이보랑 찍은 영화도 극장 거의 빌린 수준으로 보고 왔는데 주변에 개봉관 있길!!!

카스피 2026-03-0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조위는. 홍콩의 여러 명작에 출연했고 액션,무협,드라마,멜로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지만 의외로 코메디영화는 적은거 같더군요.실제 양조위가. 자신의. 필모에서 어떻게 여기지 모르지만 동성서취라는 코메디영화에서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본것 같아요.

그렇게혜윰 2026-03-04 15:13   좋아요 0 | URL
그 영화 좋아해요 ㅎㅎㅎ 소시지 입술 ㅋ 동사서독보다 먼저 본 영화에요. 청소년 시기에 ㅋㅋㅋ

카스피 2026-03-04 17:12   좋아요 0 | URL
오 헤윰님도 이 영화 보셨군요.동사서독이 너무 오래 촬영을 해서 당시 동사서독에 출연한 배우들을 모아 아주 짧은 시간에 만든 영화가 동성서취라고 하지요.솔직히 영화의 깊이야 동사서독이 한수 위겠지만 개인적으로 재미는 이 작품이 훨씬 낫단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혜윰 2026-03-04 20: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동사서독은 그것대로, 동성서취는 그것대로요. 동생이랑 빵빵 웃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특히 양조위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