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코 1
쿄우 마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30

 


물빛그림 그리기
― 미카코 1
 쿄우 마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미우 펴냄, 2011.3.30.

 


  사월을 앞둔 삼월 끝무렵입니다. 어제는 아침부터 제법 후끈후끈했습니다. 올해에도 지난해처럼 겨울 뒤 곧장 여름으로 접어드는가 싶어 살짝 걱정스러웠는데, 하루 지난 오늘은 바람과 볕이 선선합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 끼면서 갑작스러운 더위가 찾아들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오며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싱그러운 날씨입니다. 낮이지만 논 곳곳에서 개구리가 노래합니다. 아직 개구리는 몇 마리만 있지 싶습니다. 사월로 접어들면 개구리가 더 많이 깨어날 테고, 논물과 둠벙에 알을 낳으면서 새로 깨어나는 올챙이가 머잖아 개구리로 자라겠지요.


- “우리 같이 귀 뚫을까? 아프고 무섭잖아. 다들 서로 뚫어 준다며? 둘이서 같은 귀걸이 하는 거야. 완전 예쁠 거 같지 않아? 아. 미카코는 귀걸이에 관심 없나 보네. 남친한테 부탁해 봐야겠다.” (8쪽)
- ‘나오는 잘 떠든다. 두서없이 끊임없이. 나는 가만히 지켜본다. 나오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는 것을.’ (30∼31쪽)

 


  지난여름을 떠올립니다. 해가 갈수록 여름은 더욱 덥구나 싶습니다. 지난해에도 참 더웠습니다. 올여름은? 아마 2014년 여름은 2013년 여름보다 덥겠지요. 2013년 여름은 2012년 여름보다 더웠고, 2012년 여름은 2011년 여름보다 더웠어요. 올해가 지나고 2015년이 찾아들면 올여름보다 한결 더우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해가 갈수록 숲이 줄어요. 해가 갈수록 시골에서조차 흙길이 사라지고, 흙으로 된 논둑과 밭둑이 시멘트로 덮여요. 해가 갈수록 도시에서 공원이 늘어나기보다는 건물와 아파트만 늘어납니다. 나무와 풀이 자랄 땅이 사라지는 이 나라입니다. 나무도 풀도 자꾸 사라지도록 하는 지구별 문명입니다. 서로 사람답게 살아갈 이야기하고는 자꾸 멀어지는 사회와 정치와 경제입니다.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지어서 전기를 펑펑 만들어 에어컨 돌린대서 여름 더위가 사그라들지 않아요. 석유와 석탄과 가스를 끝없이 쓰려고만 하는 현대문명으로는 지구별 평화를 지킬 수 없어요. 숲을 살릴 때에 날씨가 제자리를 찾아요.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풀과 나무를 아끼고 사랑할 적에 사회와 정치와 경제가 제자리를 잡습니다.


- ‘난 처음으로 토끼를 쓰다듬었다.’ (60쪽)
- ‘그래서 나도 완벽하게 먹는다. 한 번도 남긴 적이 없다. 난 한 번도 혼난 적이 없다.’ (100쪽)

 

 


  풀을 먹기에 채식이 되지 않습니다. 유기농 풀을 먹기에 몸이 튼튼하지 않습니다. 농약과 비표로 자란 풀을 먹을 때에 어떤 채식일까요? 한겨울에 석유를 때어 불을 지피는 비닐집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풀을 먹으면 몸이 얼마나 튼튼할 수 있을까요? 똥오줌을 거름으로 삼아 흙을 일구기에 유기농이라 하지만, 항생제와 화학사료를 먹은 소와 돼지가 눈 똥을 거름으로 삼는 유기농은 어떤 유기농이 될까요? 송전탑이 한복판에 박힌 논에서 거둔 쌀은 얼마나 좋은 쌀이 될까요? 고속도로와 골프장 곁에서 자동차 배기가스와 농약에 찌들어야 하는 논에서 거둔 쌀은 얼마나 맛난 쌀이 될는지요?


  쿄우 마치코 님 만화책 《미카코》(미우,2011) 첫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미카코’는 고등학생입니다. 고등학생인 미카코한테는 ‘장래 진로 계획’이 없습니다. 그러나, 미카코한테는 꿈이 있어요. 학교에서 교사들은 미카코한테 ‘장래 진로’를 물어요.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입학시험을 치르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미카코한테 ‘꿈’을 묻는 교사는 없습니다. 미카코한테 ‘사랑’을 묻는 교사도 없어요.


- ‘내게 특기가 있다면, 데생용 패널에 종이를 붙이는 물바름 작업이다. 이때 주름이 지거나 물기가 많게 느껴져도 괜찮다. 내가 좋은 그림을 그리면 문제 될 게 없다.’ (105∼107쪽)

 

 


  지구별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는지 궁금합니다. 초·중·고등학교를 남보다 나은 성적을 받아서 대학교를 남보다 나은 곳으로 들어가면 되는 아이들일는지 궁금합니다. 열두어 살이나 열예닐곱 살에는 가슴속에 꿈과 사랑을 키우면 안 되는 아이들일는지 궁금합니다. 대학교에 가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들일는지 궁금합니다.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노동자가 되어 다달이 일삯을 벌지 않으면 안 될 아이들일는지 궁금합니다.


  이 땅 아이들은 왜 태어났을까요. 이 땅 어른들은 아이를 왜 낳았을까요.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요. 교사와 어버이는 아이를 어떤 눈빛과 눈썰미로 마주하려 하는가요.


- ‘그건 진짜 엄마한테서 받은 리본이었다. 지금도 내 곁에 있다.’ (16∼17쪽)
- “있잖아 있잖아 있잖아!! 미카코 너 진짜 닮았다. 엄마랑!” “그래? 친엄마는 아니야. 초등학교 때 병으로 돌아가셨거든.” “흐음. 나도 그런데!” (130∼131쪽)

 


  만화책 《미카코》에 나오는 미카코하고 옆자리에 앉는 머스마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대학교 공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그림을 좋아하고 싶습니다. 미카코하고 단짝을 이루는 가시내는 하루를 즐겁게 누리고 싶습니다. 딱히 대학교에 간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고, 어떤 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삶을 즐겁게 누리고 싶은 ‘미카코 동무’이고, 삶을 아름답게 밝히고 싶은 ‘미카코 이웃’이에요.


  아이들은 화가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그림을 좋아하면 될 뿐입니다. 아이들은 보육교사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동무나 동생을 아끼면 될 뿐입니다. 아이들은 원예사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풀과 나무를 보살피면 될 뿐입니다. 아이들은 대통령이 되어야 하지 않아요. 언제나 맑고 착하면서 고운 넋을 건사하면 될 뿐입니다.


  만화책 《미카코》는 이것을 주장하거나 저것을 외치지 않아요. 만화책 《미카코》는 이것을 대변하거나 저것을 내세우지 않아요. 하루하루 잇는 삶을 스스로 아름답게 가꾸고픈 손길을 넌지시 보여줍니다. 날마다 마주하는 햇볕과 바람과 빗물과 흙과 나무와 풀과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가만히 이야기합니다. 삶은 스스로 가꾸면서 빛납니다. 삶은 이웃과 어깨동무하면서 스스로 사랑을 싹틔울 적에 따사롭습니다.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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