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에 글을 쓰면서

 


  어제와 그제와 오늘까지 사흘 동안 길벗과 함께 바깥마실을 다니면서 글쓰기를 할 수 없었다. 여관에 들어 몸을 씻고 빨래를 한 뒤 비로소 글줄을 붙잡는다. 사흘만에 글을 붙잡으니 책상맡을 떠나지 못한다. 온몸이 뻑적지근해서 드러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내 손은 자판을 두들긴다. 내 눈은 편집기를 바라본다.


  지난날 글을 배우고 싶었으나 글을 못 배우던 이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지난날 글을 익힌 뒤 글을 몇 줄 적어 보고 싶었으나 글을 적을 겨를이 없던 이들은 얼마나 가슴이 갑갑했을까. 시집살이를 하면서 감옥살이를 하면서 글줄을 붙잡지 못하던 이들은 얼마나 사랑이 애탔을까.


  그리움을 담아 노래를 불렀겠지. 애틋한 눈물과 한숨을 실어 밥을 짓고 빨래를 했겠지. 고단한 땀방울을 엮어 절구를 빻고 방아를 찧었겠지.


  연필 한 자루가 얼마나 고마운가 하고 돌아본다. 조그마한 쪽종이 하나에 연필로 끄적거릴 수 있는 글이란 얼마나 달콤한가 하고 되새긴다. 어느 분은 ‘글감옥’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나한테는 ‘글숲’이요 ‘글노래’이다. 글을 쓰면서 숲내음을 맡는다. 글을 쓰는 동안 싱그러이 살아서 숨쉬는 노래를 부른다. 4347.3.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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