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가 온 바다 - 치히로 아트북 6,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6



새까만 아이들

― 치치가 온 바다

 이와사키 치히로

 임은정 옮김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2003.7.10.



  아이들은 언제나 새까맣습니다. 봄이건 겨울이든 들과 숲과 냇가에서 놀기에, 아이들은 언제나 새까맣습니다. 아이들은 늘 까무잡잡합니다. 여름이건 가을이건 어버이 일손을 거들기에, 아이들은 늘 까무잡잡합니다.


  아이와 함께 어른들도 언제나 새까맣습니다. 어른이 되기 앞서 누구나 아이였으니 새까맣지요. 어른이 된 뒤에는 들과 숲과 냇가에서 일하면서 쉬니 늘 새까맣지요.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들바람을 마시고 숲바람을 쐬기에 늘 까무잡잡하지요.



.. 내일부터 여름방학, 난 엄마랑 함께 바다에 가요. 할머니가 계시는 바닷가로요 ..  (1쪽)


 


  서양사람이라서 흰둥이가 아닙니다. 동양사람이나 아프리카사람이라서 깜둥이가 아닙니다. 서양사람도 들에서 놀고 숲에서 일하면 누구나 깜둥이입니다. 아프리카사람도 동양사람도 들에서 일하고 숲에서 살면 서로서로 까무잡잡합니다.


  흙을 만지면서 일하고, 흙으로 집을 지으면서 살림을 가꾸며, 흙에서 자라는 풀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지은 사람은 한결같이 흙빛입니다. 가장 고우며 맑고 좋은 흙은 빛깔이 까무잡잡합니다. 가장 튼튼하며 밝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흙빛을 닮아 까무잡잡합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듬뿍 친 논밭을 들여다보면 흙빛이 허여멀겋습니다. 사막을 뒤덮은 모래와 비슷한 흙이 되는 오늘날 논밭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가 아닌 햇볕과 빗물과 바람을 먹으면서 풀이 얼크러지는 논밭은 흙빛이 까맣습니다. 싱그러이 살아서 숨쉬는 흙은 까맣습니다. 해맑게 빛나면서 고소한 흙을 까무잡잡합니다.


  흙과 살결은 같은 빛이 될 때에 아름답습니다. 흙과 살결은 늘 같은 빛이 되면서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물을 마실 적에는 온몸이 물빛이 되어요. 숨을 쉴 적에는 온몸이 온통 하늘빛이 되어요.


  우리 몸은 흙빛이면서 물빛이고 하늘빛입니다. 여기에, 새 기운이 나도록 먹는 밥은 흙에서 자란 풀에서 오기에, 우리 몸은 새삼스레 풀빛입니다. 봄날 피어나는 아리따운 들꽃에 깃든 노랑처럼, 또 가을날 무르익는 나락빛처럼, 노랗거나 누런 빛이 우리 몸에 감돕니다.



.. 치치랑 함께라면 하고 싶은 게 아주 아주 많은데, 재미있을 텐데, 참 그렇지, 치치에게 편지를 쓰면 되지 ..  (8∼9쪽)

 

 



  이와사키 치히로 님 그림책 《치치가 온 바다》(프로메테우스 출판사,2003)를 읽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가 여름방학을 맞이해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가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이가 도시에서 여름방학에 시골로 간다면,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시골내기였다는 뜻일 테지요.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어릴 적에 늘 바닷가에서 놀며 바닷내음을 마시고 바닷바람을 들이켰다는 뜻일 테지요. 아이들 어버이는 어린 날 언제나 까무잡잡 해맑은 아이였다는 뜻일 테지요.



..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나는 깜둥이 치치도 깜둥이, 아니 아니 치치는 처음부터 깜둥이였대요 ..  (25쪽)

 

 

 



  놀이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은 살결이 까무잡잡하게 타지 않습니다. 놀이방에 가거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살갗이 까맣게 바뀌지 않습니다. 학교와 학원에 오랫동안 붙잡히는 아이들은 살빛이 허여멀겋게 됩니다. 예부터 허여멀건 살빛은 파리한 살빛이라 했고, 파리한 살빛이란 아픈 사람 모습이라 했습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모두 아픕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제대로 뛰놀지 못하니 모두 아픕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땟국이 줄줄 흐르도록 뛰놀거나 구르지 못하니 모두 아픕니다.


  놀지 못하는 아이는 자꾸 몸앓이를 합니다. 놀지 못한 채 갖가지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도록 학교와 학원에 끄달리는 아이는 그예 몸앓이에 시달립니다. 아이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배울 노릇 아닐까요. 아이는 무엇을 먹어야 하나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아먹어야 할 노릇 아닌가요.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됩니다. 아이들은 연예인이나 회사원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됩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사랑스러운 짝꿍을 만나 새롭게 아이를 낳는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요.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되어 어떤 아이를 낳을 적에 즐거울까 하고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요. 아이들이 먹을 밥과 아이들이 누릴 빛과 아이들이 즐길 터를 곰곰이 헤아려요. 새까만 아이들 되도록 새까만 어른이 되어 저마다 이녁 보금자리를 살가이 가꿀 수 있기를 빕니다. 4347.3.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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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3-09 21:52   좋아요 0 | URL
책 속의 아이가 벼리를 닮은것 같아 더 정감이 가는 그림책이네요.

숲노래 2014-03-10 05:06   좋아요 0 | URL
즐겁게 노는 아이는 모두 새까맣게 타면서
까무잡잡 어여쁜 흙빛 아이가 될 테니,
우리 집 벼리가 되기도 하고
이웃집 동무가 되기도 하면서
다 함께 지구별 가꾸는
사랑스러운 빛이 될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