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을 하다보면 산 자락에 있는 주말농장을 매년 지나갈때마다 언젠가 나도 텃밭을 하고 싶은데... 혼자는 못하겠고, 신랑이 도와준다면 한번 해봐야지...생각만했어요. 간간히 신랑에게 이야기해보면 신랑이 자기 일이 된다고 싫다고 거절당했어요. ㅎㅎ
그러다 작년쯤 신랑이 아침에 일찍 운동하는데, 한번 해볼까? 이야기해서 제가 덥석 물어서 바로 신청했네요. 결과적으로 신랑은 거이 관여를 안하고 제가 60%, 도련님 20%, 동생 15%, 신랑이 5% 관리하는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5평 남짓 텃밭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사이즈가 커서 놀랐어요. 어떻게 관리할까 고민하다가...

구획을 나누었어요. 나중에 고랑도 아깝다고 다 심어야한다는 조언도 받았지만, 초보자인 저희 가족들에게는 오히려 고랑이 있어서 걷기도 좋고 관리하기도 편해서 다음에도 이렇게 나눠서 관리할지 고민을 해봐야할것 같아요.

모종 심은 다음날 - 초반 텃밭을 할때 나도 모르게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기도 하고, 등산을 할때보다 안 사용하던 근육을 사용했다고 며칠 아팠어요. ㅎㅎ

주말농장하면서 가장 많이 심는 것이 상추예요. 간간히 주말농장으로 키웠다는 상추를 받아 먹기도 하면서, 은근 상추가 키우기도 쉽고 수확량도 많다는... 주워들은 말로, 저는 절대 많이 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대신 다양한 종류를 심었습니다.
꽃상추, 로메인, 적겨자, 오크상추, 비트, 케일, 대파, 쑥갓, 레드치커리, 치커리, 적상추

많이 심은듯하지만 5구획중에 한구획만 심었어요.
(나중에 제 텃밭 뒤로 보이는 두 이웃의 텃밭의 상추들이 엄청난 성장으로 많이 얻어먹었습니다.^^)
꽃상추 - 가장 보편적인 상추로, 해충없이 잘 자랐어요.
로메인 - 아삭하니, 저는 어릴때부터 솎아주는 바람에 마지막까지 귀엽게 자라서 핑거 푸드처럼 먹었어요.

적겨자 - 맛은 있는데, 겨자라해서 벌레가 싫어할줄 알았더니 오히려 벌레가 좋아해서 많이 못 먹고, 빨리 자라서 꽃만 이쁘게 봤습니다. ^^ 그나마 저는 벌레가 먼저 먹냐, 내가 먼저 먹냐는 경쟁에서 이겨서 많이 먹은편이고 제 이웃은 겨자를 많이 심었는데, 초토화되었어요.

오크상추 - 삐죽삐죽하게 오크처럼 못생겨서 오크 상추인줄 알았는데, 오크잎처럼(상수리잎처럼) 삐죽삐죽하다고 오크상추였어요. 샐러드하기 좋고, 튼튼하게 잘 자라서 처음에는 이파리를 뜯다가 나중에 통채로 수확하기 좋아서 다음해는 많이 심을것 같아요. 루꼴라로 오인 받은 오크상추

비트 - 개인적으로 비트를 좋아하는데, 이파리 너무 맛있어... 제가 제일 좋아했던 채소이지만, 동생이 흙맛난다고 가장 싫어한 채소. 이파리도 맛있지만, 뿌리도 맛있어서 내년에는 씨앗파종으로 많이 키울 계획이예요.
작은 비트는 당근처럼 생으로 먹기도 하고, 토마토와 함께 샐러드로 먹고, 큰것은 당근라페처럼 비트라페를 만들었는데, 신랑도 처음에는 비트 맛없다고 하더니 요즘 비트맛에 빠졌어요.
케일 - 동생이 케일 좋아한다고, 심었는데 벌레 피해를 많이 받았던 채소. 다른 텃밭은 엄청 이파리를 크게 키워서 무시무시하던데, 저는 작게 키워서 쌈채소로 먹었어요. 하지만 벌레가 많이 먹는 작물이고, 노력에 비해 제가 좋아하지 않아서 다음에는 키우지 않을것 같아요. 동생도 기대보다 못하다고 인정.
대파 - 올 봄 이상기온으로 최저기온이 낮아서인지 초반에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제밭 뿐만아니라 주변들도 대파는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죽었어요. 17년차 텃밭하신분은 대파는 그냥 사먹으라고....ㅎㅎㅎㅎ 원래 잘 안된대요.
쑥갓 - 은근 파종하시는 분도 많았는데, 모종 4개만으로도 충분했던 쑥갓. 동생이 쑥갓을 잘 사용해서 심어보았는데, 쌉싸름한것이 쌈싸먹을때 함께 먹기 좋았어요. 두부와 무쳐먹기도하고, 역시나 쑥갓도 신랑과 도련님이 좋아하지 않는데, 키우면서 맛을 들인 채소.

레드치커리- 이파리가 이뻐서 키웠는데, 키웠던 채소중에 가장 써서 인기가 없었어요. 대신 샐러드에 넣으니 간간히 입맛을 돋구는 용. 이파리로 먹기도 하지만, 나중에 결구를 만들어서 샐러드로 사용하기도 한다는데, 결구 만들기 쉽지 않아요. 치커리로 색이 적자주색이라 그런지 꽃도 너무 이뻤어요. 원래는 다음에는 키우지 않으려했는데, 꽃때문에 몇그루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상추 - 색이 이쁜 적상추. 맛은 특별하지 않지만 색 때문에 영양분이 다르다고, 이왕 상추를 키우려면 적색류를 키우라는 조언을 받았어요.
양상추 - 따로 구입하지 않고, 깻잎 모종에 끼어들어있던 상추를 심었더니 양상추더라구요. 역시나 결구가 생기기도 전에 자꾸 뜯어먹었는데, 양상추도 어쩌다 샘플로 심어보니 키우기 어려워서 일부러 심지는 않을것 같아요.




처음부터 작게 키워서 저는 쌈보다는 샐러드로 많이 만들어 먹었어요. 가장 간단하게는 레드와인 식초와 파마산치즈만 뿌려서 먹으면 무겁지 않고 가볍게 먹기 좋았구요. 아니면 갈치속젓과 함께 핑거푸드처럼 먹었습니다.

꽃대가 올라오면서 상추꽃들도 구경하는것도 은근 좋았어요.

제 주변에 대부분 한 종류의 상추를 많이 심으셨어요. 모종으로 심으신분도 있고, 씨앗파종하신분들도 있는데 나중에 너무 많아서 저희가족은 한동안 엄청 얻어 먹었습니다. ㅎㅎㅎㅎ
우리텃밭보고 '상추 안좋아하냐?' , '먹을게 있냐?', '더 심어라~'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저희는 진짜 버리는거 없이 동생네와 잘 나눠 먹었어요. 오히려 주변 분들이 나눠주셨는데, 얻어먹다가 지쳤어요.^^ 우리는 비닐 멀칭을 해서 흙도 거이 없었는데, 다른분들은 흙도 엄청 나와서 씻는데도 힘들구요. 흙 때문이라도 비닐멀칭 꼭 해야할것 같아요.^^
한동안 상추비빔밥, 상추겉절이, 상추비빔국수, 상추쌈, 샐러드등을 먹었답니다. 내년에도 그냥 일반 상추는 얻어 먹는걸로...ㅋㅋㅋㅋ 다들 고생하시면서 키우시는데, 나중에 너무 많아서 여린것들은 버리고, 주변분들 나눠주시고 그러시는것 같아요.

상추밭 다 엎고, 비료주고 휴식중....
이번에는 씨앗파종을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