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길 빨래기계
아이들과 마실을 나온 지 이틀째 된다. 첫날은 인천 큰아버지네에서 묵으며 손빨래를 한다. 저녁에 빨래한 옷은 이튿날 아침에 바짝바짝 마른다. 둘째 날은 일산 이모네에서 묵으며 빨래기계한테 맡긴다. 아이들을 씻기고 나도 씻은 뒤 빨래기계가 다 돌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들 씻기며 흐르는 물로 비빔질을 하고, 내 몸을 씻으며 나오는 말로 헹굼질을 하곤 하던 빨래인데, 따로 빨래기계를 쓰니 손품은 덜지만, 물은 많이 드는구나 싶다. 빨래가 다 될 때까지 한참 기다린다.
마실길에는 아이들 옷가지를 여러 벌 챙기지 않는다. 두 벌씩 챙기더라도 가방 한 짐 된다. 저녁마다 아이들 옷을 벗겨서 빨래를 한다. 아이들은 새 옷을 입고 하루를 누린다. 아침마다 옷가지를 털고 갠다. 일산 이모네 집에서 빨랫대에 옷가지를 너는 동안 두 아이가 이부자리로 기어든다. 아침부터 낮 두 시 반까지 쉬잖고 놀던 두 아이가 비로소 졸음이 몰린 듯하다. 제법 나이를 먹은 아이들은 몸이 퍽 고단하면 스스로 이부자리로 기어든다. 척 보기로도 고단해 보여 제발 조금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놀라 하더라도 눕지 않는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더 견딜 수 없을 때에 스스로 드러눕는다.
옷가지를 다 넌다. 아이들 목소리가 잦아든다. 어느새 두 아이 모두 눈을 감고 꿈나라로 갔다. 이마를 쓸어넘기고 이불깃을 여민다. 조용하다. 일산 대화역 둘레에 있는 이모네 집 창밖으로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어온다. 고흥집에서는 멧새와 나뭇잎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이곳에서는 복닥복닥 소리를 듣는다. 4347.3.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