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96] 동백길

 


  2014년부터 온 나라에서 ‘새 주소’를 써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시골집이 깃든 곳은 ‘도화면 신호리’를 썼지만, 이제부터 ‘도화면 객사거리길’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우리 마을이 왜 ‘객사거리길’이 되어야 하는가를 듣지 못합니다. 이런 이름은 누가 어떻게 붙였을까 궁금합니다. 시골마을은 무슨 ‘리’라고 하는 행정이름이 있기 앞서 마을마다 마을이름이 있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어느 시골마을이든 마을이름이 있어요. 우리 마을은 ‘동백마을’입니다. 우리 마을과 이웃한 다른 마을로 ‘지정마을·신기마을·원산마을·호덕마을·봉서마을·봉동마을’ 들이 있어요. 그러면, 시골에서는 이와 같은 마을이름을 ‘새 주소’로 붙일 때에 알맞으리라 생각합니다. 지정마을은 ‘지정마을길’이라 하면 되고, 신기마을은 ‘신기마을길’이라 하면 됩니다. 시골에서는 우체국이나 택배회사 일꾼 누구나 마을이름으로 찾아가요. 버스 일꾼도 택시 일꾼도 모두 마을이름으로 마을을 압니다. 재개발을 많이 해서 옛 모습 사라진 도시에서라면 ‘새 주소’로 새로운 이름을 지어서 붙일 만하지만, 오래된 시골마을에서는 오랫동안 쓴 마을이름을 ‘새 주소’로 삼을 때에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우리 집이 깃든 이곳은 ‘동백길’이나 ‘동백마을길’이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립니다. 동백마을이니까요. 4347.2.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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