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상말
 - 적수공권 1

 

8·15 해방과 더불어 전주 감옥에서 출감한 부친은 해방 직후 혼란기에 함경도 고향에서 적수공권으로 월남한 친척들을 거느리고 장충동에서 살았다
《이순-제3의 여성》(어문각,1983) 88쪽

 

 적수공권으로 월남하다
→ 맨손과 맨주먹으로 월남하다
→ 맨손으로 월남하다
→ 맨주먹으로 내려오다
→ 맨몸으로 남녘에 오다
 …


  예전 어른들은 ‘적수공권’이라는 한자말을 익히 썼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을 쓴 예전 어른들은 글을 배운 분입니다. 글을 배우지 않은 여느 어른은 이러한 한자말을 안 썼습니다.


  한자말이 이 나라에 들어오기 앞서를 돌아보면, 누구나 ‘맨손’과 ‘맨주먹’이라는 낱말을 썼겠지요. ‘맨몸’이나 ‘홀몸’이나 ‘빈몸’ 같은 낱말도 썼으리라 봅니다. ‘빈손’이나 ‘빈주먹’이라는 낱말도 알맞게 썼을 테고요. 4336.3.3.달/4347.2.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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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해방과 더불어 전주 감옥에서 나온 아버지는 해방 뒤 어지러울 적에 함경도 고향에서 맨몸으로 남녘에 온 친척들을 거느리고 장충동에서 살았다

 

“감옥에서 출감(出監)한”은 “감옥에서 나온”이나 “감옥에서 풀려난”으로 다듬습니다. ‘부친(父親)’은 ‘아버지’로 손보고, ‘직후(直後)’는 ‘뒤’나 ‘바로 뒤’로 손보며, ‘혼란기(混亂期)에’는 ‘어지러울 적에’나 ‘어수선할 때에’로 손봅니다. ‘월남(越南)한’은 ‘남녘에 온’이나 ‘남녘으로 넘어온’이나 ‘내려온’으로 손질해 줍니다.


‘적수공권(赤手空拳)’은 “맨손과 맨주먹이라는 뜻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더 살피면, ‘적수(赤手)’는 “= 맨손”이요, ‘공권(空拳)’은 “= 맨주먹”으로 나옵니다.

 

맨손
1. 아무것도 끼지 않거나 감지 않은 손
2.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모습
맨주먹
1.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주먹
2. 아무것도 갖추지 않은 모습

 

..

 


 살가운 상말
 - 적수공권 2

 

윤광모는 단신으로 월남해 그야말로 적수공권赤手空拳이었다
《정운현-임종국 평전》(시대의창,2006) 103쪽

 

 그야말로 적수공권赤手空拳이었다
→ 그야말로 빈손이었다
→ 그야말로 빈털털이였다
→ 그야말로 알거지였다
→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 그야말로 가진 게 없었다
 …

 

  글쓴이는 ‘적수공권’이라는 낱말 뒤에 묶음표를 안 치고 ‘赤手空拳’이라는 한자를 붙입니다. 한글로 ‘적수공권’이라 쓰면 못 알아들을까 보아 그랬을까요.


  한글로만 적을 때 못 알아들을 만하다면, 처음부터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찾아서 적어야 옳습니다. 뜻을 또렷하게 나타내고 싶다 해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뜻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말을 찾아서 알맞게 적어야 올바릅니다.


  한글로만 적어서 알아듣지 못한다면, ‘우리가 쓸 말이 될 수 없’습니다. 한글로 적어서 즐겁게 알아들을 수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글잣수를 살펴도, ‘빈손’이나 ‘맨손’은 두 글자요, ‘적수공권’은 네 글자인데, 여기에 한자까지 붙이면 여덟 글자가 됩니다. 4340.3.1.나무/4347.2.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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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모는 홀몸으로 남쪽으로 내려와 그야말로 빈손이었다

 

‘단신(單身)’은 ‘홀몸’으로 고치면 됩니다. ‘월남(越南)해’는 ‘남쪽으로 내려와’로 고칠 수 있습니다.

 

..

 


 살가운 상말
 622 : 적수공권 3

 

이 적수공권(赤手空拳) 하나 / 늦지 않았어
《고은-내 변방은 어디 갔나》(창비,2011) 77쪽 

 

 이 적수공권(赤手空拳) 하나
→ 이 맨주먹 하나
→ 이 맨몸 하나
→ 이 빈손 하나
→ 이 빈몸 하나
 …


  ‘적수공권’이라는 낱말은 이 낱말대로 뜻과 느낌이 있습니다. 영어로 ‘empty hands and naked fists’라 적으면, 이러한 말대로 뜻과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말로 ‘빈손’이나 ‘맨주먹’이라 적으면, 이러한 말대로 뜻과 느낌을 들려줍니다.


  한자말로는 ‘赤色’이요, 영어로는 ‘red’이며, 한국말로는 ‘빨강’입니다. 나라와 겨레마다 달리 쓰는 말입니다. 시를 써서 문학을 하는 분들이 쓰는 한국말 아닌 한자말이나 영어에는, 이러한 말대로 뜻과 느낌을 담으리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러한 한자말이나 영어에는 어떠한 뜻과 느낌이 깃들까 궁금합니다. 한글로 적은 시를 읽을 한국사람은 ‘적수공권(赤手空拳)’ 같은 싯말을 어떻게 바라보거나 느껴야 할는지 궁금해요. 4347.2.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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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맨주먹 하나 / 늦지 않았어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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