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와 글쓰기

 


  글을 쓰면서 어깨가 결리거나 아픈 적이 아직 없다. 스무 해 남짓 글을 쓰는 동안 어깨가 결리거나 아플 일이 아직 없다. 내가 쓰는 글은 스스로 좋아서 쓰는 글이기에, 어깨가 결리거나 아플 수 없겠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일을 맡아서 해야 할 적에는 가끔 어깨가 결리거나 아프곤 한다. 이를테면, 요 석 달 즈음 서울시 공문서를 손질해 주는 일을 맡아서 도와주는데, 이 일 때문에 어깨가 참 결리고 아프다. 어제와 그제는 어깨가 아파서 아야아야 소리가 절로 나왔고, 오늘도 아픈 어깨를 주무르고 만지면서 쉬엄쉬엄 지낸다.


  스스로 좋아서 쓰는 글이라면, 하루에 원고지 삼백 장을 쓰더라도 어깨가 아플 일 없으리라 느낀다. 스스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꾸역꾸역 써야 하는 글이라면, 하루에 원고지 석 장을 쓰더라도 어깨뿐 아니라 팔다리와 손목 모두 쑤시거나 아프리라 느낀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하면 여러 시간 자전거를 달리더라도 힘들다고 느끼지 않는다. 다만, 다리에 힘이 풀리기는 한다. 즐겁게 다니는 마실이니, 다리에 힘이 다 빠지더라도 ‘힘들다고는 안 느낀’다. 아이들을 안고 어르면서 지내온 나날 또한 힘든 적이 없다고 느낀다. 우리 아이들 따사롭고 사랑스러운 빛을 듬뿍 받거나 나누니, 아이를 안거나 업으며 여러 시간 걸어도 ‘땀은 많이 흘리’지만 ‘힘들다는 생각에 잠긴 일은 없’다.


  써야 할 글을 즐겁게 써야지. 읽어야 할 책을 즐겁게 읽어야지. 사랑으로 밥을 지어 사랑스레 먹어야지. 사랑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활짝 웃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워야지.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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