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배우고 싶은 이한테 ‘추천하는 책’

 


  사진잡지 《포토닷》 4호(2014.3.)에 실을 글을 하나 쓰고 난 뒤 아무래도 아쉽다. 사진을 배운다는 어느 젊은이가 ‘사진기술 다루는 책 말고 사진에 담을 이야기를 배우는 데에 도움이 될 책’을 추천해 달라고 묻는 말에 대답하는 글을 썼는데, 주어진 원고종이가 짧아,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책 하나 추천해 달라는 젊은이는 으레 ‘추천하는 책 한 권’만 읽으면 넉넉하리라 여기곤 하는데, ‘추천하는 책 한 권’이면 넉넉할 일이란 없다. 왜냐하면, 추천해 주는 책은 맨 처음 읽을 길잡이책일 뿐이다. 이 책 하나를 길잡이로 삼아서, 모든 책을 다 읽겠다는 몸가짐이 되어야 한다. 사진책뿐 아니라, 사진을 다루는 책, 사진과 얽히지 않은 수많은 책, 이 책 저 책 골고루 아우르면서 마음과 넋과 삶과 꿈과 사랑을 나란히 가다듬고 가꿀 수 있어야 한다.


  사진찍기란 삶찍기이다. 사진에 담을 이야기란 무엇이겠는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어떻게 읽는가? 제대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읽는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들여다보는가? 서로 이웃이 되고 동무가 되며 한식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웃이나 동무나 한식구가 된 뒤에도 사회와 문화뿐 아니라 역사와 살림을 읽을 수 있어야지.


  사진 한두 해 찍는대서 사진이 나아지지 않는다. 마땅한 노릇이다. 그러면, 책 한두 권 읽거나, 책을 한두 해쯤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 나아지지 않겠지만, 조금씩 나아질 테지. 무슨 소리인가 하면, 사진을 아름답게 찍으려는 이라면 한두 해 찍고 그칠 수 없어, 열 해 스무 해 꾸준히 찍고, 서른 해 마흔 해 차근차근 나아가듯이, 책도 한두 권이 아닌 열 권 스무 권 천 권 만 권으로 나아갈 노릇이며, 서른 해 마흔 해 한결같이 곁에 두면서 차곡차곡 읽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사진을 쉰 해쯤 찍었으면 ‘이제 사진을 다 아니’까 새로 안 배워도 될까? 아니다. 사진을 예순 해나 일흔 해 찍었어도 새로 배울 이야기가 있다. 책을 십만 권이나 백만 권 읽었으면 이제 책은 안 읽어도 될까? 아니다. 십만 권을 읽었으면 십일만 권 읽도록 나아가고, 백만 권 읽었으면 천만 권 읽도록 나아갈 노릇이다. 새롭게 배우고 새롭게 깨달으며 새롭게 사랑할 길이 보이니까.


  책 하나 추천해 달라는 젊은이한테는 늘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자, 이 책 하나부터 앞으로 두고두고 수많은 아름다운 책을 만나면서 사진빛을 사랑스러운 삶빛 되도록 가꾸어 보셔요, 하고. 다음달 잡지에는 아마 이런 글이 실리리라 본다. 4347.2.11.불.ㅎㄲㅅㄱ

 


[물음] 사진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 추천바랍니다. 기술서가 아닌 내용적인 측면에서 사진의 작업에 도움이 되는 책이었으면 합니다. 혹은 사진을 공부하는 데 있어 반드시 읽어야할 책에 대한 추천도 좋습니다.

 

[답변] 《휴먼》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사람’ 사진을 찍은 최민식 님이 쓴 《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라는 작은 책이 있어요. 젊은 사진가한테 띄우는 편지 같은 책으로, 모두 열여섯 가지 이야기를 간추려서 들려줍니다. 이러한 책을 만날 적에는 옳고 그름이나 나한테 맞느냐 안 맞느냐를 살피지 말고, 무엇이든 새롭게 느끼고 배운다는 생각을 해야, 사진을 즐겁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책도서관을 꾸리는 사람으로서 ‘사진을 찍고 읽으며 배우는 길’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한다면, 저는 ‘사진을 말하는 책’보다는 ‘삶을 말하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를테면, 권정생 님이 쓴 동화책 《몽실 언니》와 이원수 님이 쓴 동시집 《너를 부른다》, 이 두 가지를 추천합니다. 동화책 《몽실 언니》는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눈물을 적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립니다. 동시집 《너를 부른다》는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요. 글 한 줄로 우리 삶을 밝히고 빛내면서 노래하는 이러한 동화책과 동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 보셔요. 사진을 찍는 분들 누구나 스스로 찍고 싶은 빛이 있어야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사진기 다루는 기술이나 솜씨가 모자라거나 없어도 사진을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레 찍는 힘과 밑바탕이 어디에 있는가를, 이 두 가지 책이 예쁘게 보여주리라 생각합니다. 울림, 곧 감동이 있을 때에 문학이고 문화이며 예술이니, 사진에 울림을 담도록 하는 몸가짐과 넋을 즐겁게 배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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