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하나 늘다
떠돌이 개는 아무래도 우리 집에서 눌러앉을 모양이다. 다른 데로 가지도 않는다. 가끔 집 둘레를 한 바퀴 어슬렁거리고, 마을도 한 바퀴 어슬렁거리는 듯한데, 이때에 먹이를 얻어먹는지 어쩌는지 알 길이 없다. 마을고양이는 갑작스레 나타는 개 한 마리 때문에 먹이가 줄고 쉼터도 빼앗긴다. 그동안 우리 집 평상이며 섬돌이며 옆밭이며 뒤꼍이며 마루 밑이며 모든 곳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할 뿐 아니라 아무 데나 똥을 누던 마을고양이는 떠돌이 개가 컹컹 짖는 소리에 꼼짝을 못 하고 내빼기만 한다. 그런데, 개는 쥐를 잡지 않으니, 마을고양이가 우리 집에 얼씬을 못하면 쥐가 우리 집에 몰리지는 않으려나.
눌러앉으려는 떠돌이 개를 못 본 척할 수 없으니 끼니마다 먹이를 챙긴다. 그렇다고 하루 세 끼니를 주지는 않는다. 우리 식구가 하루 두 끼니 먹는 대로 떠돌이 개한테도 두 끼니를 준다. 국을 끓여 밥하고 비빈 뒤 소시지를 몇 점 썰어서 얹는다. 처음에는 밥이며 소시지를 모조리 비우더니, 이튿날부터는 소시지만 날름 집어먹는다. 쳇, 뭐 이런 놈 다 있나, 배불렀나 하고 여기며 그대로 둔다. 남은 밥그릇 비우지 않으면 다음 끼니를 줄 마음이 없다. 떠돌이 개는 처음에는 소시지만 집어먹지만, 한 시간쯤 뒤 밥을 살살 핥아먹는다. 아무렴, 몇 조각 먹는대서 배가 차겠니.
네 식구 밥을 차리다가, 새로 늘어난 입에 맞게 밥을 더 차려야 하니, 다섯 식구 밥차림이 된다. 손님이 찾아올 적에 수저 하나 더 얹으면 한 사람 더 먹는 셈이니 품이 더 들 일이란 없다. 떠돌이 개 한 마리한테 더 주는 밥도 손님한테 내주는 밥하고 똑같겠지.
그나저나 너는 어디에서 이리로 왔니. 너는 어쩌다가 살 집을 잃고 떠돌이 되어 우리 마을에 깃들고, 우리 집에 눌러앉니. 4347.2.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