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찾아온 떠돌이 개

 


  그제부터 마을에 개 한 마리 생겼다. 누구네 개일까? 커다란 개 한 마리 키우는 이웃 할배가 있지만, 그분 집 말고는 개를 키우는 집은 없다. 그런데, 곱슬곱슬 털이 보드라운 개 한 마리 갑자기 나타났다. 척 보아도 집안에서 귀여움을 듬뿍 받으며 살던 개로구나 싶다. 그런데 이 개는 뜬금없이 이 시골마을에 왜 나타났을까? 키우던 사람이 있던 개일 텐데, 이 개는 왜 우리 마을을 떠돌면서 할매들 꽁무니를 좇았을까?


  개는 이리저리 떠돌다가 우리 집으로 온다. 우리 집에 아이들이 있어서 달라붙는 듯싶다가도 아이들보다 나를 자꾸 좇는다. 예전에 이 개를 키우던 어느 집에 아이들이 있고 나처럼 수염 나고 머리 긴 아저씨가 있었을까? 모르는 노릇이리라.


  큰아이는 두어 살 무렵 개한테 한 번 물리고는 개 가까이 가지 않았다. 조그마한 강아지 옆에서도 무섭다고 울었다. 그런데 이 떠돌이 개를 보고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발톱도 안 보이고 혀를 낼름 내밀면서 달라붙어 안기기만 하니, 또 털이 보들보들하니, 이 개를 무서워하지 않는가. 이와 달리 작은아이는 개를 무서워한다. 작은아이도 누나만큼 나이를 더 먹으면 개를 안 무서워할까. 혼자서 마당으로 내려가서 한참 잘 놀던 작은아이가 개가 무섭다며 대청마루에 앉아 멀거니 개만 바라본다. 개를 멀리 치우니 작은아이가 비로소 눈치를 보며 마당으로 내려와서 노는데, 대문 밖으로 내보낸 개가 대문 옆으로 난 틈으로 자꾸 들어오니, 작은아이는 평상에 주저앉은 채 꼼짝하지 못한다.


  떠돌이 개한테 국을 덥혀 밥 한 그릇 준다. 금세 바닥을 삭삭 긁어 다 먹는다. 우리 집 섬돌 한쪽에 앉아 떠날 줄 모른다. 얘야, 여기는 네 살 집이 아니란다. 우리 식구는 한 번 마실을 하면 여러 날 집을 비우니 너한테 밥을 챙겨 줄 수 없단다.


  떠돌이가 되고 만 이 개를 누군가 건사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나저나, ‘도시에서 귀여움을 받으며 살았구나 싶은 개’가 어쩌다가 이 깊은 시골마을에 덩그러니 놓였을까 알쏭달쏭하다. 4347.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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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2-08 09:53   좋아요 0 | URL
이 개도 도시보다 시골이 좋은가봐요 ^^
그나저나 주인을 찾아야할텐데...
따뜻한 국과 밥 먹여주셨다는 말씀에 마음이 훈훈합니다.

숲노래 2014-02-08 11:37   좋아요 0 | URL
제 느낌으로는

"도시에서 누군가 자가용으로 싣고 와서 이 외진 시골에 버렸다"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닭다리를 하나 주었고, 곧 새밥을 차려서 더 주어야지요...
(설날 음식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군요. 워낙 우리 집은 고기를 안 먹어서...)

시골에서는 가끔 이런 일이 있거든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 아이가 복실복실한 털로 '따스한 고흥' 겨울을 잘 견디고, 새봄에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을 뿐이에요...

oren 2014-02-09 01:11   좋아요 0 | URL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저 귀여운 개가 주인을 잃었다면 그것도 안타까운 일이고, 혹시라도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면 더더욱 안타까운 일일 테고요.

저희 집에서도 9년째 요크셔 한마리를 데리고 사는데 온가족들이 외출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그 녀석 걱정을 한답니다. 그래서 예정보다 조금만 일찍 귀가하게 되면 이구동성으로 '그 녀석이 좋아하겠군...' 하지요.

저 녀석도 어서 빨리 주인을 찾았으면 좋겠군요.

숲노래 2014-02-09 08:57   좋아요 0 | URL
마을에서 따로 이 아이를 건사하거나 돌보거나 밥을 주려는 집이 없는 듯해
우리 집 언저리에서만 맴돌면서
밥을 얻어먹어요.

이 아이가 우리 집에 오기 앞서는
마을 온갖 고양이들이 우리 집에서 놀았는데,
오늘 아침에 이 아이가 컹컹 짖으며
고양이를 쫓아내는군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