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43. 흙이랑 노래하기 (2014.1.23.)

 


  며칠 앞서까지는 누나가 함께 마당으로 내려가 주어야 흙놀이를 하던 산들보라인데, 요즈음은 누나가 마당으로 내려가 주지 않아도 혼자서 슬슬 마당으로 내려선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부르지 않는다. 함께 놀아 달라 부르지 않는다. 키가 제법 자라서 까치발을 하면 혼자 대문을 열 수 있다. 아직 혼자 대문을 열고 마을 이곳저곳 둘러보러 다니지는 않으나, 마당 한켠 흙밭에 폴싹 주저앉아서 흙놀이를 하곤 한다. 한참 동안 혼자 흙놀이를 하면서 무어라 무어라 종알종알 노래를 한다. 곧 새봄 찾아오고 여름이 밝으면 하루 내내 마당과 뒤꼍과 들과 숲과 바다에서 놀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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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01-24 11:31   좋아요 0 | URL
어제는 (무슨 연유에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득 시골에서 자랄 때 '비오던 날의 풍경'을 수십 년만에 떠올리고는 그 추억을 더듬느라 한참 동안 즐거웠답니다.

초가집 지붕 처마 끝으로 떨어지던 빗물도 떠오르고, 나중에 기와집으로 바꾼 뒤로는 '처마끝마다' 내리던 빗물이 '홈통 만들어 놓은 곳으로만' 세차게 쏟아져 내리던 풍경도 떠오르고요.. 빗물이 세차게 퍼부을 때면 그 빗물이 흙마당과 만나 뽕글뽕글 풍선같은 물방울을 끝없이 만들어 내던 그 풍경도 떠오르고, 그 빗물들이 모여서 마당을 떠나 '도랑'을 타고 내려가면 그 위에 종이배를 띄워서 어디까지 무사히 흘러가는지 도랑물 따라 종이배와 함께 내달리던 기억도 나구요..

도랑물이 경사진 언덕을 타고 흘러 내리면 괜히 물막이를 만들어 그 빗물들이 마음대로 못 지나가도록 심술을 부려보기도 하고, 막혔던 물이 그득 고이면 그걸 시원스레 터트리면서 신나 하기도 하구요.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운동화'와 '책가방'을 마련하지 못해 검정 고무신을 신고 학교를 다니고, 보자기를 펼쳐 책을 담아 등 뒤로 비스듬히 가로질러 메고 다녔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참 꿈같은 시절이었어요. 함께살기 님의 사진을 보면 가끔씩 잊혀졌던 옛 생각이 절로 떠올라요. ㅎㅎ

숲노래 2014-01-24 11:46   좋아요 0 | URL
oren 님 어릴 적에 살던 집이
풀지붕 집이었군요!

생각으로만 옛날 일을 떠올리면서
얼마나 아련하고 아스라한
맑은 빛일까요.

풀지붕 집은 겨울에 많이 춥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살던 나날은
여든이나 아흔이 되어도
가슴속에 오래오래 새겨진 채
마음을 밝혀 주리라 믿어요.

그러니, 이러한 느낌이 고스란히
oren 님이 읽는 책과 여러 글들에
새록새록 녹아드는구나 싶어요.

마당이 흙마당이어야
빗물을 가두면서 아이들이 놀 수 있겠네요.
참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