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43. 흙이랑 노래하기
(2014.1.23.)
며칠 앞서까지는 누나가 함께 마당으로 내려가 주어야 흙놀이를 하던 산들보라인데, 요즈음은 누나가 마당으로 내려가 주지 않아도
혼자서 슬슬 마당으로 내려선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부르지 않는다. 함께 놀아 달라 부르지 않는다. 키가 제법 자라서 까치발을 하면 혼자 대문을
열 수 있다. 아직 혼자 대문을 열고 마을 이곳저곳 둘러보러 다니지는 않으나, 마당 한켠 흙밭에 폴싹 주저앉아서 흙놀이를 하곤 한다. 한참 동안
혼자 흙놀이를 하면서 무어라 무어라 종알종알 노래를 한다. 곧 새봄 찾아오고 여름이 밝으면 하루 내내 마당과 뒤꼍과 들과 숲과 바다에서
놀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