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있어 좋은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4.1.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겨울 한복판이다. 서재도서관 둘레에서 자라는 학교나무 가운데 가시나무를 빼고는 모두 잎을 떨구었다. 잎을 모두 떨군 나무를 바라보면서 이 나무가 어떤 나무인 줄 알아챌 이는 몇 사람쯤 있을까.
1998년을 끝으로 문을 닫고 만 작은 초등학교 건물에 우리 서재도서관을 마련한 일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우리가 심은 나무는 아니지만, 우리 식구는 이 나무를 날마다 새롭게 누린다. 벌써 열대여섯 해째 아무런 가지치기를 입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는 나무를 앞으로도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요새는 시골마을 숲속 나무조차 산림청에서 함부로 솎아내기를 하거나 가지치기까지 한다. 옛날 옛적 사람들이 땔감을 얻으려고 베는 나무나 솎는 나무는 이제 없다. 관청에서는 아무렇게나 심거나 솎기 일쑤이다. 그러니까, 이 나라에서 나무결 그대로 자라면서 아름드리를 이루는 나무를 보기란 매우 힘들다. 시골에서 문을 닫고 만 작은 학교에 남은 나무가 아니라면, 짙푸르면서 예쁜 모습을 건사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어느 책에서도 나무 한살이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나라 숲 정책은 아직 올바로 서지 못하니, 나무결 그대로 살아가는 나무를 살펴보기 어렵다. 나무를 말하는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나무를 알기 어렵다. 풀이나 꽃을 보여주거나 말하는 책 가운데 풀이나 꽃이 풀내음과 꽃내음 그대로 잇는 모습을 담는 책은 얼마나 될까.
책을 읽어 나무를 조금 더 널리 헤아릴 수 있다. 책이며 자료이며 잡지이며 들여다보면서 벌레나 새나 짐승이나 흙이나 개구리를 조금 더 깊이 헤아릴 수 있다. 그렇지만, 두 눈으로 마주보고 두 손으로 만지며 온몸으로 느낄 때보다 제대로 헤아릴 수는 없다. 삶이 바로 책이다. 삶이 고스란히 책이다. 그러니, ‘자연’을 알자면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할 노릇이다. 자연을 다루는 책을 읽을 적에는 자연을 밝히는 지식을 머리에 넣을 뿐이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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