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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거짓말쟁이 ㅣ 다림창작동화 1
김리리 지음, 한지예 그림 / 다림 / 2003년 11월
평점 :
책읽기 삶읽기 155
생활동화란 무엇일까
― 엄마는 거짓말쟁이
김리리 글
한지예 그림
다림 펴냄, 2003.11.16.
생활동화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삶을 그리면 생활동화가 된다 하겠지요. 그러면, 삶이란 무엇일까요. 어디에서 살아가는 어떤 사람들 모습을 그릴 때에 생활동화가 된다 할까요. 아이들한테 읽힐 동화책에 담는 ‘삶 이야기’는 어디에서 마주하고 어떻게 갈무리해서 어떠한 빛으로 그릴 때에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즐거울 수 있을까요.
김리리 님이 쓴 생활동화인 《엄마는 거짓말쟁이》(다림,2003)를 읽었습니다.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는 우리 집 큰아이는 이 책에 나오는 그림만 살피면서 ‘왜 이래?’ 하고 묻습니다. 나도 우리 집 큰아이처럼 ‘글을 모르는 사람’인 듯 여기면서 글은 잊고 그림만 따로 들여다봅니다. 그림으로만 볼 적에 이 작품에 나오는 아이와 어머니와 아버지와 교사와 동무들은 그리 사랑스럽지 못합니다. 아이가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거짓말하기’를 물려받거나 배웠다고도 할 테지만, 이보다, 주인공 아이네 어머니와 아버지가 ‘왜 살아가나?’ 하는 대목이 아리송합니다.
.. “치! 그런데 왜 내가 말을 안 했다고 그래? 난 분명히 엄마한테 말했는데…….” “알았어. 빨리 책이나 읽어 봐.” 나는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잘못했다고 해서 화가 나는데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어요 .. (11쪽)
아이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아이가 어리니 으레 꾸짖으며, 어른들끼리 속닥거리면서 놀고, 어른이라면서 하루 내내 컴퓨터게임만 하는 모습을 꼭 동화책에 담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이런 모습을 비판하려는 뜻에서 동화책에 담을 수 있습니다만, 굳이 비판을 하려고 동화책으로 담아서 보여주어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거짓말은 나쁘다고 말하면서 거짓말 이야기만 잔뜩 보여주는 생활동화는 이 동화책 읽을 아이들한테 어떻게 스며들는지 궁금합니다.
이 동화책에 흐르는 이야기대로 살펴본다면, 주인공 아이는 어머니나 아버지한테서 아름다운 모습이나 사랑스러운 빛을 하나도 물려받지 못합니다. 하나도 겪지 못하고 느끼지 못해요. 그래도 제법 씩씩하고 대견스레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달리 착하고 예쁘며 참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다가 그만, 여느 때에 늘 겪고 보며 마주하는 어버이 모습이 아이한테서도 드러나요. 아이는 이런 모습이 드러날 때에 무척 부끄러워 하면서 어쩔 줄 모릅니다.
그러니까, 이 동화책을 읽을 아이들도 ‘아이 스스로 모르는 사이 얄궂은 거짓말과 매무새에 젖어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뒤집기를 하면서 무언가 가르치거나 보여줄 수 있습니다만, 굳이 뒤집기를 해야 할까 아리송해요. 그리고, 뒤집기를 하려 한다면, 주인공 아이네 어버이와는 사뭇 다른 ‘수수하면서 착하고 참다운 이웃이나 동무’를 함께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이끌어야 알맞겠다고 느낍니다.
.. “엄마! 그냥 지나치면 어떻게 해?” “내가 뭘?” “지금 사람들이 건널 차례인데 엄마가 그냥 지나쳤잖아.” “건너는 사람이 없으니깐 그렇지. 운전할 때 말 시키지 말고 입 좀 다물고 있어.” .. (16∼17쪽)
아이들은 어른들이 여느 때에 으레 하는 말을 고스란히 받아먹습니다. 어른들 말이 곧 아이들 말이 됩니다. 어른들이 범죄를 일으키니 아이들도 범죄를 일으킵니다. 어른들이 사회에서 계급과 신분과 재산과 학력 따위로 금을 긋고 푸대접과 따돌리기와 괴롭히기를 일삼으니, 아이들도 학교와 마을에서 똑같은 짓을 저지릅니다.
아이들이 ‘외계어’나 ‘통신체’를 쓴다고 나무랄 수 없어요. 모두 어른한테서 배우는 말투입니다. 둘레 어른들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말하면, 아이들도 저절로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말해요. 그렇지만 어른들은 ‘어른이니까’라는 핑계로 아무 말이나 내뱉습니다. 아이들이 보거나 말거나 짓궂은 말을 내뱉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니까’ 어른 흉내를 내지 말라 윽박지릅니다. 이리하여,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부터 어른과 똑같이 거친 말을 마구 내뱉거나 지껄여요. 중·고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아주 ‘어른 말투’로 거칠거나 짓궂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주절주절 떠들곤 합니다.
.. 아빠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요. “그게 뭐 어렵냐? 눈 딱 감고 그냥 예쁘다고 하면 되는 거지!” “정말? 그럼 아빠도 거짓말한 거네!” “내가 하고 싶어 하니? 어쩔 수 없으니깐 하는 거지!” .. (22쪽)
생활동화는 어떤 삶을 그릴 때에 생활동화일까요. 어떤 사람들 어떤 삶을 그리면서 아이들과 따사로운 사랑과 꿈을 품을 때에 동화책이 될까요.
아이를 밥상 앞에 앉히고 ‘나쁜 밥’과 ‘좋은 밥’을 함께 올리고는, 아이더러 ‘좋은 밥’만 먹으라 하고는 어른들은 ‘나쁜 밥’만 먹으면,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울까요. 이때에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과 슬기를 빛내어 ‘그래 그래, 좋은 밥만 먹어야지’ 하고 몸가짐을 추스를는지요.
생활동화가 ‘착한’ 모습만 그리면서 ‘착한’ 이야기만 들려주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막판에 짠 하고 뒤집기를 하려는 얼거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얄궂은 모습들만 잔뜩 보여주는 얼거리로 쓰는 생활동화가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얼마나 즐거울 만한지 묻고 싶습니다. ‘그래 나도 이렇지!’ 하면서, 어머니들 누구나 아이 앞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쾌감’을 맛보도록 하는 뜻이 생활동화인지 묻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어머니가 이렇게 아이 앞에서 거짓말을 일삼지 않아요. 모든 아버지가 집에서 아이하고 안 놀면서 인터넷게임에만 빠지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모습들을 비추면서 생활동화로 어떤 이야기와 생각을 깨우치려 한다 할 적에도, ‘가벼운 뒤집기’로 끝낼 노릇이 아니라, ‘그러면, 어떤 삶이 아이한테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울까’ 하는 대목을 함께 보여주거나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거짓말이 들통이 나서 부끄러운 줄 느끼면 어른도 아이도 하루아침에 깨달아 새 사람이 될까요? 참말 궁금합니다. 마지막에 뒤집기 한 판을 짠 보여주면 ‘동화문학’이 된다고 할 만한지 궁금합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